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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 “달러, 지옥으로 갈 통화”

조선비즈 조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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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CEO./ 블룸버그

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CEO./ 블룸버그



“누구도 가치가 지옥으로 갈(going to hell) 통화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올해 5월 3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버핏 회장은 미국 달러를 ‘지옥으로 갈 통화’라고 칭했다. 관세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훼손되면서 앞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단 경고였다.

달러 약세 전망에는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 저하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신용 등급 하락과 미 국채 가격의 폭락, 그리고 누적되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주식, 국채,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서 그간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협상 테이블에 환율 카드를 올려놓고 있다. 달러 가치를 낮추고 교역상대국의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전략이다. 달러 약세를 유도하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수출이 늘어나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단 계산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상대국을 협상장에 불러낸 뒤, 환율에서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말로는 달러 강세를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역수지 개선 등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 국채 금리 하락을 통한 달러 약세로 ‘달러 패권 유지’와 ‘약달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 지폐들./X 캡처

미국 달러화 지폐들./X 캡처



시장에서는 현재의 미국 자산시장이 1970년대 ‘닉슨 쇼크’ 당시와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태환을 중단하며 달러와 금의 연결고리가 끊겼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기축통화 체제에 충격이 가해졌다.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자 금 가격은 8년간 24배 폭등했고, 미국 외 해외자산과 방위 산업이 주목받았다.


이는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다. 최근 미국 달러 가진 기축통화 위상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금 가격은 연초 대비 20% 넘게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 해외 자산, 엔화 등 대체 투자처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등 ‘셀 아메리카(Sell America)’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달러 인덱스(DXY)는 8% 넘게 하락한 반면 방위산업 관련 종목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향후 달러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미국 달러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REER)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110대 초반에서 1980년대 초 80선까지 9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미국 주식이나 일본 부동산 등 해외 자산을 포트폴리오의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고, 환율은 부수적 변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달러에 직접 투자해 환차익을 노리는 전략보다는 환노출 상품 등 환율 변동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환위험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환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며 “오히려 환위험이 있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서 장기적으로 원화 자산을 방어하고, 포트폴리오 전반의 위험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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