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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청사./조선일보 DB |
현직 변호사로서 수년째 법조를 취재해왔습니다. 뉴스 속의 법 이야기를 알기 쉽고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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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22일 동반 사표를 냈습니다. 이들의 동반사표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수사했던 검사들이 대한 특검·감찰에 시달릴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탄핵소추됐다가 헌재로부터 만장일치 기각 결정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등은 이들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며 두 사람과 최재훈 부장검사를 탄핵소추했습니다.
하지만 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이처럼 탄핵소추가 기각된 검사들 또한 징계절차로 넘길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징계청구권자에 법무부장관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검사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하고 법무부 산하 검사징계위원회가 심의하도록 돼 있는데 법무부장관도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준(準)사법기관으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검찰과 달리 법무부장관은 행정부의 일원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탄핵소추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미 기각결정을 받은 사람들까지도 징계에 넘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쌍방울 대북송금’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대구고검 검사, ‘도이치’사건을 수사했던 최재훈 부장검사는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받았고, 대장동·대북송금·위증교사 사건 등을 수사한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하는 ‘법왜곡죄’는 형사처벌을 통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검사가 범죄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기소하지 않거나 증거를 은닉·조작하거나 증거해석·법률적용을 왜곡한 경우 10년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을 수사한 검사, 혹은 김건희 여사 사건을 불기소한 검사를 포섭시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대검 또한 ‘명확성원칙에 위배돼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사건관계인의 남용으로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과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법안들은 정치공세성 탄핵을 넘어선 검사들도 끝까지 압박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만일 이들 법안을 이유로 감찰이 개시될 경우에는 사표수리가 금지되고, 징계로 해임된 경우 3년간 변호사 등록이 금지됩니다. ‘도이치모터스 무혐의’를 비롯해 대장동 등 이 후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수장의 사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한 선제적 사표 성격이 강합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탄핵소추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어려웠을 것’ 이라는 동정론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간부의 사표로 검찰 조직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한 검사는 “매번 이재명 후보를 면전에 두고 재판하던 검사들은 어쩌라는 거냐”고 한탄합니다.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선배들이 없어져 버리면 그동안 이 후보 사건을 수사하고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맡아 온 평검사·부장검사들이 그 공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내부에서부터 검찰 조작이 무너져 간다’는 걱정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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