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임기 3년 마치는 이복현 원장,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부동산 PF 부실 정리 '성과' 주목
![]() |
[서울=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4.24.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
"솔직히 1년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 생각보다 안 좋은 상황이 오래간다. 선제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부실이 훨씬 커지고 연체율은 더 심각했을 것"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지난해 하반기부터 PF 대출을 대거 정리한 저축은행업계가 전하는 말이다. 여전히 2금융권 연체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PF 대출을 미리미리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도 재연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5000곳 내외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 강화된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부실 PF는 총 23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1년 동안 절반(52.7%)이 넘는 12조6000억원을 정리·재구조화로 털어내는 중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 부실 PF를 이렇게 빨리,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원장은 PF 부실 위험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가장 빨리 움직였다. 지난 2020년 이후 부동산 호황기·저금리에 기대 PF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상승기를 맞으며 상황은 돌변한다. 1%에 못미쳤던 PF 연체율이 업권별로는 20% 가까이 뛰는 곳도 생겨났다. 이 원장 지시로 금감원 직원들은 5000곳에 달하는 전국 PF 사업장 세부 데이터를 구축했다. 국내 기관 중 금감원이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134조원의 PF 대출 외에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숨은 부실'이 100조원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과 상호금융의 공동대출이다. '사각지대' 대출의 부실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결국 정부는 PF 대출에 대한 공식 통계를 종전 134조원에서 230조원으로 정정했고, 시장은 놀라고 불안해 했다.
이에 따라 대주단협약을 통해 187개 사업장에 대해 만기연장, 이자유예를 해 왔던 PF 구조조정 방식이 확 달라졌다. '산소 호흡기'를 떼고 과감하게 '굳은 살'을 도려내기로 했다. 이 원장 진두지휘로 금감원은 느슨(3단계)했던 PF 사업성 평가기준부터 4단계로 개선했다. 금융사들은 '반 강제'(?)로 금감원의 평가방식에 따라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금융사와 별도로 자체 사업성 평가도 진행했다. 금융회사의 사업성 평가 결과와 비교·대조를 통해 평가가 미진한 금융회사는 현장점검으로 압박했다.
이 원장은 "굳은 살을 도려내야 새 살이 돋아난다. 부실 PF를 정리해야 '뉴 머니'가 우량 PF 사업장에 재투자 할 수 있다"며 PF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를 밝혀왔다. 경기 침체로 '뉴 머니' 효과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선제적 정리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같은 악몽은 다행히 피해갔다. 대규모 부실 정리 중에도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지금까지 3곳에 불과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연초 금융지주회사의 회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부동산 PF 정리는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진짜 잘했다"며 공개 칭찬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다음달 6일 임기 3년을 맞아 물러난다. 지난 3년간 '검사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이 원장의 리더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22일 진행한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브리핑을 포함해 그간의 성과에 대해 금감원 임원들이 릴레이로 언론브리핑을 하는 것에 대해 "자화자찬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대로 놔뒀다면 한국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부동산 PF 뇌관을 제거한 것은 이 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과 더불어 "이복현이라서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권화순 기자 [email protected]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