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퓨전 요리
마카오 매캐니즈
마카오 매캐니즈
![]() |
유네스코가 세계 최초 퓨전 요리로 공인한 매캐니즈를 대표하는 음식인 폭찹번(주빠빠오), 아프리카 치킨, 에그타르트(왼쪽부터). /마카오관광청·김성윤 기자 |
마카오에서 태어나 발전해온 요리를 ‘매캐니즈(Macanese Cuisine·澳門土生葡菜)’라고 부른다. 유네스코는 매캐니즈를 ‘세계 최초의 퓨전 요리’로 2017년 공인했다. 16세기 마카오에 들어온 포르투갈 사람들이 유럽·아프리카·인도·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식재료·향신료·조리법이 중국 식문화와 400년 넘게 융화하며 탄생했다. 포르투갈 바칼라(염장 대구)와 인도 강황, 동남아 코코넛 밀크가 조화롭게 섞였다.
대표적 매캐니즈 요리로는 ‘아프리카 치킨’이 있다.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아프리카에도 포르투갈에도 없는,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1940년대 ‘포사다(호텔) 데 마카오’ 요리사였던 아메리코 안젤로가 포르투갈 식민지 모잠비크로 여행 갔다가 먹은 ‘피리피리 치킨’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피리피리 고추·양파·마늘·파프리카에 재운 닭에 레몬·코코넛 소스를 바르고 땅콩 가루를 묻혀 굽는다.
![]() |
매캐니즈 요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아프리카 치킨은 식당, 가정마다 다른 레시피에 따라 다양한 맛과 형태가 있다. /마카오관광청 |
‘포르투갈 치킨’은 포르투갈에는 없고 마카오에만 있는 닭 요리다. 코코넛밀크에 다양한 향신료를 섞은 커리와 비슷한 맛의 국물에 닭과 쇼리수(포르투갈 소시지), 올리브, 감자, 양파를 넣고 오븐에 굽는다. ‘타추’는 본래 포르투갈에서 오리고기와 쇼리수, 버섯, 올리브 등을 넣고 끓이는 스튜인데, 마카오 사람들은 쇼리수보다 구하기 쉬운 중국 소시지 라창(臘腸)으로 대체했다.
‘포르코 발리샹 타마린도’의 핵심은 발리샹이다. 크릴새우에 소금, 레몬 껍질, 후추, 고춧가루, 위스키를 더해 숙성시킨 일종의 새우젓으로 매캐니즈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양념. 돼지고기를 발리샹과 새콤달콤한 타마린드 열매를 으깬 양념에 재웠다가 익힌다. 포르투갈 마데이라 요리 ‘카르느 드 비냐달류스’에서 와인과 마늘로 만드는 비냐달류스 소스를 마카오식으로 더 깊고 풍성한 맛으로 발전시켰다.
‘민치’는 중국과 포르투갈 요리가 융합한 마카오 가정 요리다. 잘게 다진 돼지고기를 간장으로 양념해 볶는다.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서 튀긴 감자, 달걀 프라이와 함께 밥 위에 얹어 먹는다. 한국도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 민치도 우스터소스나 굴소스, 월계수잎을 추가하는 등 가정마다 내려오는 레시피가 제각각이다.
![]() |
'주빠빠오'로 더 익숙한 마카오 대표 간식 폭찹번. /마카오관광청 |
‘폭찹번(豬扒包)’은 마카오 대표 길거리 음식. 한자 이름을 마카오에서 사용하는 광둥어 발음으로 읽은 ‘주빠빠오’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친숙하다. 포르투갈 샌드위치 ‘비파나’가 마카오식으로 발전했다. 비파나는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마늘·와인·향신료에 재워 끓이는 반면, 폭찹번은 대개는 뼈가 붙은 돼지고기를 도톰하게 썰어 소금·후추로 간해 튀기듯 구워 롤빵에 끼운다.
![]() |
마카오 대표 디저트 에그타르트. /조선일보DB |
‘에그타르트’는 두말할 것 없이 마카오를 대표하는 디저트다. 포르투갈 ‘파스텔 드 나타’와 바삭한 페이스트리를 사용하는 건 같지만, 페이스트리 안에 담긴 커스터드가 흘러내릴 듯 부드럽고 뜨겁다는 점이 다르다. 파스텔 드 나타의 커스터드가 일반 두부라면, 에그타르트는 순두부 같은 식감.
영국인 남편 앤드루 스토와 마카오인 아내 마거릿 웡이 1989년 마카오 외곽 콜로안에 문 연 ‘로드 스토즈(Lord Stow’s) 베이커리’가 오늘날 마카오 에그타르트의 맛을 완성했다고 한다. 부부는 1992년 이혼했고, 같은 해 마거릿은 자신의 에그타르트 매장 ‘카페 에 나타(Café e Nata)’를 마카오 도심에 열었다. 남편 앤드루는 2006년 사망했고, 현재 로드 스토즈는 딸 오드리가 운영한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