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접대’ 해명 자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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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지귀연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은 근거라면서 공개한 사진. 맨 오른쪽 사람이 지 부장판사다. 작은 사진은 민주당이 공개한 이 주점의 내부 모습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그래픽=송윤혜 |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법조계 후배들에게 밥을 샀지 접대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대법원에 해명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지 부장판사는 또 민주당이 룸살롱 접대 증거라며 공개한 사진에 대해서는 “후배들 요청으로 사진만 찍은 후 술자리 전에 귀가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지 부장판사는 이런 내용이 담긴 소명서와 이를 입증할 식사비 카드 결제 자료 등을 지난 22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제출했다. 노종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지 부장판사의 해명은 죄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지만, 제보나 증거를 새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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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
◇“오랜만에 만난 법조계 후배와 찍은 사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 부장판사는 소명서에서 “2023년 여름 가끔 교류하던 지방의 법조계 후배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식사를 함께 했고, 밥값을 직접 결제했다”며 “집에 가려는데 후배들이 ‘술 한잔하고 가자’고 해서 인근 주점으로 이동했다. 후배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자’고 해 사진을 찍고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 부장판사는 1차 식사 비용만 내고 2차 술자리는 참석하지 않아 술값은 누가 얼마나 결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한 건 지난 14일이다. 김용민·김기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지 부장판사가 찍힌 사진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법정에서 “그런 데(룸살롱) 가서 접대받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면서 “무엇보다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도 사주는 사람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노 대변인이 그날 곧바로 지 부장판사가 술집에서 남성 2명과 어깨동무한 사진 등을 공개하며 ‘룸살롱 접대 의혹’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 부장판사가 그 사진을 찍은 경위 등을 설명한 소명서를 대법원에 낸 것이다.
◇사진 경위·시점·내용 민주당 주장과 달라
지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소명한 내용은 민주당이 그간 주장한 ‘룸살롱 접대 의혹’과 배치된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에 대해 “룸살롱에서 1인당 100만~200만원 상당 접대를 받았다” “비싼 술을 여종업원과 즐겼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 부장판사는 식사비는 직접 결제했고 이후 주점에서는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에 떠났다고 했다. 민주당은 동석자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법조인들”이라고 했지만, 지 부장판사는 “가끔 교류하던 지방의 법조계 후배”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또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남성 2명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촬영 시점이 ‘작년 8월쯤’이라고 했는데, 지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소명한 것으로 알려진 ‘2023년 여름’과는 1년 정도 차이가 난다.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배당받은 올해 1월 기준으로는 약 1년 반 전이다. 민주당이 접대 장소로 지목한 주점은 식품위생법상 1종 유흥 주점인 룸살롱이 아니라 ‘라이브 카페’라고 하는 2종 단란주점으로 등록돼 있다.
의혹 제기 배경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은 갈린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후 제보자가 ‘이럴 수 있느냐’며 제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 부장판사는 “중요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사 뒷조사’에 의한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폭로 경위를 의심했다. 민주당은 올해 3월 지 부장판사가 내란 혐의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의문이 있다는 취지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이후 “재판장 자격이 없다” “내란을 방조한다”며 공격을 이어왔다. 한 부장판사는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증거로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접대 등에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은 ’직무 관련성·액수’
법조계에서는 지 부장판사와 사진을 찍은 법조인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당일 비용은 누가 얼마나 냈는지가 비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 부장판사가 만났다는 후배가 자신이 맡은 재판·사건의 담당 변호사라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는 건 액수와 상관없이 금지돼 있다. 반면 오랜 교류가 있었던 사이로 일상적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면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같은 사람에게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대법원은 결제 내역과 동석자를 조사해 지 부장판사의 비용 부담 여부, 술자리 참석 여부 등을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최근 해당 주점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시도하고, 국회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비위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한 관계자는 “구체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 한, 일방적 의혹 제기만으로 재판장을 교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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