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8일 '관세유예 종료'…90일 협상기간 반환점
'미중 휴전' 여파…미국과 세계 '버티기' 신경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서 전용 헬기를 타러 가고 있다. 2025.05.2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9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각국과 협상하기로 했다. 유예기한의 종료일은 7월 8일, 이달 24일로 정확히 45일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중국의 추가 '휴전', 애초 대미 무역수지 적자국이었던 영국과의 '1호 합의' 외 미국이 내세울 만한 가시적인 관세협상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다른 진전 없이 미국발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경제적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 초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상대국 모두 모두 눈치작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다만 100%대 초고율 관세로 맞붙던 미국과 중국이 이달 12일 휴전하면서, 협상 전략도 복잡해졌다. 중국을 따라 '버티기'에 나서려는 각국의 움직임에, 미국은 다시 강경책으로 으름장을 놓는 흐름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마로스 세프초비치 EU(유럽연합) 무역집행위원에게 'EU의 관세 협상 설명 문서가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은데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그리어 대표와 세프초피치 대표는 전화 통화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험악한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로도 이어졌다. 이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EU와의 협상은 아무 진전이 없다"며 "6월 1일부터 50%의 관세 부과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양측 협상 대표의 통화를 앞두고 EU를 당황케 해 협상을 흔들어보려는 경고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강력한 무역장벽, 부가세, 터무니없는 기업 제재, 비통화적 무역 장벽, 통화 조작, 미국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소송 등으로 미국은 연 2억5000만달러(약 3416억원)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미국의 대EU 상호관세는 20%였다.
미국과 일본의 줄다리기도 이어진다. 교도통신은 23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약 45분간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통화 내용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관세율 인하가 아닌 관세의 완전 철폐가 필요하다며 "우리의 대응 방침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윈윈 관계를 구축하자"거나 "매우 다양한 의식을 공유했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관세 이슈를 언급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관세협상 일본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워싱턴DC를 방문해 주말 동안 3차 협상을 벌인다.
![]() |
트럼프 2기 국가별 상호관세/그래픽=윤선정 |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협상 타결 후보로 거론되는 나라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인도는 매우 많이 열려있는 자세를 보였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 훌륭한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셋이 "결승선에 가깝다"고 꼽았던 인도의 메시지마저 미묘하게 달라졌다. 지난주 인도는 미국의 철강·알룸늄 관세에 맞서 처음으로 "보복관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인도는 무관세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도, 인도 외무장관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고 반박했다.
46% 관세를 해결해야 할 베트남은 비교적 협상에 적극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 대표단은 이달 19∼22일 워싱턴DC에서 그리어 대표와 2차 협상을 벌였다. 대표단을 이끈 응우옌 홍 지엔 산업무역부 장관은 23일 성명에서 "협정 초안 논의 등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며 "합의에 이르렀거나 의견 차이가 작은 쟁점과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을 구분했다"며 실무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또 '트럼프 그룹'의 하노이 골프장·리조트 개발을 승인하고, 미국 기업과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협력하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편 남은 45일 남은 관세협상 기간 중 가장 주목받을 현장은 내달 15~17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이어 같은 달 24~25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G7 참석을 공식 확인했고, 딕 슈프 네덜란드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를 목전에 둔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무역 상대국 정상들과 만나는 만큼 관세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변휘 기자 [email protected]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