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기에 따라 그 처벌 대상이 선택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법 왜곡죄를 여러 차례 발의했는데, 이번에 발의된 것은 김용민 의원이 지난 13일 발의했다. ‘법을 왜곡하여 적용한 때에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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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그러면서 그 처벌 대상으로 ‘법관, 중재인, 검사, 사법경찰관, 기타 재판이나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발의 이유에서도 “법관과 검사 중 사건의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부정한 목적으로 사건 처리를 하거나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한 사례들이 보도된 적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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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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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대상, 법관 포함→제외→포함…李 사건 따라 달라져
김 의원은 그러면서 그 처벌 대상으로 ‘법관, 중재인, 검사, 사법경찰관, 기타 재판이나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발의 이유에서도 “법관과 검사 중 사건의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부정한 목적으로 사건 처리를 하거나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한 사례들이 보도된 적 있다”고 했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민주당 입법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실현된 것도 많지만, 법관은 그간 예외였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했다는 이유로 사법부 압박용 법안이 쏟아졌고, 이번 법안도 그 맥락 중 하나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을 사법 쿠데타로 보고 있다.
과거 발의된 법안과 비교해도 법관을 겨냥한 인상이 뚜렷하다. 법 왜곡죄 신설법은 지난해 7월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이건태 의원이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한 적 있는데 처벌 대상엔 판사가 없다. 처벌 대상을 ‘검사, 사법경찰관 및 기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자’로만 규정했다. “검찰이 편파적인 수사·기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 발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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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온 법 왜곡죄 신설법안(형법 개정안). 위부터 순서대로 지난 13일 김용민 의원, 지난해 9월 이건태 의원, 2020년 6월 김남국 전 의원이 발의했다. 판사가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가 제외됐다가 다시 포함된다.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
당시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법원 비위 맞추기’ 논란을 불렀다. 당시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지난해 11월) 전이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당시 사법부가 원하던 대로 신규 판사 임용 선발 기준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도 늘려주는 등 유화적 제스쳐를 한창 취할 때였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처벌 대상에 판사를 뺀 것 역시 의도적인 입법 권한 행사로 해석됐다. 법 왜곡죄의 원류인 독일 형법은 ‘법관, 기타 공무원 등’(339조)을 처벌 대상으로 적시하는 등 법관 처벌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김남국 의원이 동일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2020년 6월)했을 때도 판사를 처벌 대상에 넣는 등 독일법 취지를 살렸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 왜곡죄는 그 시기에 따라 판사가 처벌 대상에 포함→제외→포함으로 생물처럼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포함이 제외로 바뀌던 시기는 이 후보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직전이고, 제외가 다시 포함으로 바뀐 것은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후다. 특정 사건에 맞춰 법안이 들쭉날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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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경남 양산 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법안 거부 행사 권한을 손에 쥐게 되므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 왜곡죄를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으나, 딱히 막을 방법은 없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 등 현행법으로도 법관을 처벌할 수 있음에도 법 왜곡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사법부를 옥죄겠다는 것은 사법 독립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벌 대상에 법관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 권한이 특정인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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