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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캠프로 간 전직 외교관들...역대 최대 규모

조선일보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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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캠프로 간 전직 외교관들...역대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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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61회>]

민주당사에서 ‘실용국민외교 지원단’ 발족
‘친중반일’ 프레임 벗어야 대통령 된다고 조언
위성락 의원과 조현·박노벽·이혁 등 외시 13회 주축
김문수 후보는 이병화 전 경기도국제대사가 도와
나라사랑전직외교관모임은 김 후보 지지 성명
“보수성향 대사들 27일쯤 대규모 지지 선언”
다음달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교가에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 계엄과 이로 인한 파장이 보수 세력을 괴멸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외교관 사회도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전직 고위급 외교관들이 대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캠프에 합류, 외교안보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사에서 공개적으로 이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갖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한 간부는 “이재명 후보가 모든 여론 조사에서 앞서가자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많은 전직 외교관이 민주당을 지지하며 당에서 활동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비해 여당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전직 외교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전직 외교관들의 지지 선언도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김 후보의 선거 캠프가 늦게 만들어졌고, 선거에서 외교안보 사안이 큰 이슈가 안 돼 참여한 전직 외교관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전직 외교관들의 모임인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이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가운데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은 이가 이 모임을 주도한 위성락 의원. 최병효 전 노르웨이 대사가 지지 성명을 낭독했으며 조현 전 주유엔대사,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권태면 전 코이카 이사, 김현명 전 LA 총영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서형원 전 주크로아티아 대사 등 20여 명의 전직 공관장들이 참석했다./위성락 의원 홈페이지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전직 외교관들의 모임인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이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가운데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은 이가 이 모임을 주도한 위성락 의원. 최병효 전 노르웨이 대사가 지지 성명을 낭독했으며 조현 전 주유엔대사,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권태면 전 코이카 이사, 김현명 전 LA 총영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서형원 전 주크로아티아 대사 등 20여 명의 전직 공관장들이 참석했다./위성락 의원 홈페이지


이재명 후보 지지하는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

지난 16일 민주당 당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재외공관장 모임인 ‘실용국민외교 지원단’이 발족했습니다. 여기에 참가한 전직 공관장들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국민적 자긍심과 국제적 존경에 기초한 외교적 자산을 훼손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실용국민외교 지원단은 이 후보의 실용주의와 국민 중심주의 외교가 대한민국의 비전 실현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의 대북 정책이 현실에 기초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라며 실용 외교 기조가 초당적 외교와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은 주러시아대사,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위성락 의원이 주도했습니다. 위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직 외교관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해왔습니다. 이날 회견의 성명서는 최병효 전 노르웨이 대사가 낭독한 가운데, 조현 전 주유엔대사,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권태면 전 코이카 이사, 김현명 전 LA 총영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서형원 전 주크로아티아대사 등 20여 명의 전직 공관장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실용국민외교 지원단은 2017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국민 아그레망을 연상시킵니다. 참여한 인사들과 역할이 국민 아그레망과 대부분 겹칩니다.

국민아그레망은 2017년 대선 직전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가졌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단장을 맡았는데 총 24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한미 정상회담, 주변국에 특사 파견 등의 사안에 관여했습니다.

국민아그레망은 대선 후에도 문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으나, 원래 뜻 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 중에서 공관장으로 기용된 이도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서는 “국민 아그레망에 참여한 외교관들이 대선 국면에서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눈에 띄는 외시 13회 그룹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한 외교관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외시 13회 그룹입니다. 외시 13회 출신으로 현재 캠프에서 직함을 가졌거나 지지선언 기자회견장에 나온 것으로 확인된 이들만 6명입니다. 위성락 조현 이혁 박노벽 김현명 권태면 대사가 모두 13회 출신입니다.

민주당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가 21일 '신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포스터.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한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 등 전직 외교관들이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하원 기자

민주당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가 21일 '신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포스터.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한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 등 전직 외교관들이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하원 기자


외교부는 1978년 외시 12회부터 15회까지 매년 50명씩 선발, 4년간 200명을 확충했습니다. 이들은 냉전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의 외교력이 신장될 때 북방외교와 외교 다변화 국면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외시 13회는 1979년에 입부, 외교관이 된 지 반년만에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이때문에 자신들을 박정희 시대에 입부한 마지막 세대로 부릅니다.

외시 13회는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의 외교·안보 핵심 요직 4곳을 차지하며 주목받았습니다. 2011년 외시 13회 출신의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 민동석 외교부 제2차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포진했습니다. 전재만 국정원 제1차장도 외시 13회 동기였습니다.


이에 앞서 외시 13회의 이용준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조현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각각 차관보와 다자외교조정관을 마친 후 현지에 부임했었습니다.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는 당시 청와대 외교비서관으로 활동했습니다.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에 대거 포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 산하에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가 있는데, 여기에 조현 전 유엔대표부 대사는 외교관 출신의 홍기원 의원과 함께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조 전 대사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외시 13회 동기인 위성락 의원과 함께 외교부 장관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에서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공동위원장으로, 김승호 전 주상하이 총영사(18회), 한동만 전주필리핀 대사(19회) 권희석 전 주아세안대표부 대사(20회)가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규덕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21회)은 간사를 맡았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대사(15회)는 이언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그는 외교부 북미국장, 한비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미국 대선 초기에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트럼프의 귀환’을 펴내 주목받았습니다. 역시 문 정부에서 차관보, 주EU 대사를 역임한 윤순구씨(22회)도 이 후보 캠프 모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들은 수시로 모여서 공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이 후보의 대외전략에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중인 한 전직 외교관은 “이재명 후보가 ‘셰셰’ 발언과 일본 때리기로 ‘친중반일’ 프레임에 걸려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꾸준히 전달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이 논란되지 않는 것은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전직 외교관은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 안보 문제로 실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 역할인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준규 전 주일대사,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돕는 전직 외교관은 이병화 전 주노르웨이 대사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시 14회 출신의 이 전 대사는 주러시아대사관 공사, 주카자흐스탄 대사를 거쳐 경기도 국제관계대사로 파견나가 있을 때 도지사로 활동하던 김 후보를 만났습니다. 이후 김 후보의 측근이 돼 오랫동안 그를 지지해왔습니다. 이 전 대사가 대선 국면에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조언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전직 외교관들의 모임인 ‘나라사랑전직외교관모임’(공동대표 이재춘, 조원일, 송종환)은 지난 13일 국민의힘과는 별개로 김 후보 지지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임은 김 후보가 “이 시대 대한민국의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지도자인 동시에 다수 국민의 입장을 반영할 지도자라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방어력을 계속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을 유지하여 북한 정권의 위협을 무력화하는 한편, 북한 주민과의 민족적 통일을 위한 협상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해 김 후보가 추진할 대외정책도 8개항에 걸쳐서 밝혔습니다. 이 모임은 “우리는 이재명 후보가 선동하고 있는 반미, 반일, 종북, 굴중 노선을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했습니다.

이준규 전 주일대사

이준규 전 주일대사


전직 외교관들 중에서는 이준규 전 주일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이 눈에 띕니다. 외교안보연구원장, 주인도대사, 한국외교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이같이 페북에 썼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나는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국민의 힘 경선 초기 단계에서 한 결정이다. 많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제시하는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그 어떤 후보도 따라올 수 없는 진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세론을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김문수 후보의 진가를 국민들이 깨달아서 극적인 역전이 되기를 바란다.”

보수 성향 외교관들은 조만간 국민의힘 당사에 모여 김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전직 대사는 “김 후보 당선을 바라는 대사들이 27일쯤 김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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