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몽고메리 소장 청문회서 "주둔군 500명",
기존 공식입장은 41명..."대부분 훈련 인력"
"중국 타격에 미군 사상자 발생하면 자동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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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몽고메리 전 미 태평양사령부 작전사령관./사진=바이두 캡쳐 |
미국이 대만에 주둔시킨 미군 숫자가 기존 알려진 41명이 아니라 500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자동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미국이지만 주둔 미군이 피해를 입는다면 사실상 참전 명분을 얻는다는 점에서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7일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마크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지난 15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과정에서 "대만에 약 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이는 대만 방어를 위한 실질적인 개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단 순수 전투병력이라기보다는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군사장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훈련 인원'으로 보인다.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대만을 실전 대응 가능한 대개입전력(Counter-intervention force)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미군의 참여는 필수적이며, 수십억달러 규모 무기를 판매하면서 우리가 직접 훈련시키고 협력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몽고메리는 한때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신인 태평양사령부 작전사령관을 지냈고 지금은 여러 싱크탱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반중 매파 중 한 명이다. 대만 주둔 미군을 확대하고 대만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몽고메리가 밝힌 500명은 그간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혀 온 대만 내 주둔 미군 숫자를 크게 상회한다. 미군은 지난해 의회 보고서에서도 대만 주둔 병력을 41명이라고 밝혔었다. 이 숫자는 차이잉원 총통이 처음 미군 대만 주둔 사실을 인정한 2021년 이후 변함이 없었다. 지난 2023년 미국 내에서 이 숫자를 200명으로 늘리려 한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제기됐고, 미 국방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었다.
미국의 대만 내 병력 증강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차이나닷컴은 "미국의 늑대 같은 야망은 너무나 분명하며, 미국은 대만해협 문제에 간섭할 명분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중국의 위협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이 불길을 더욱 부추길수록 '대만독립'의 종말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CCTV 역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보도했다. 중국 PLA(인민해방군)의 대응 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주민들이 '미국이 대만을 전쟁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반면 대만 내 전문가들은 500명의 미국 주둔군의 역할을 애써 축소 해석하고 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언론에 "몽고메리가 언급한 인원은 전투부대가 아닌 훈련요원이며, 현역 미군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했다. 천원자 대만정치대 교수도 "이런 공동훈련 임무는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성격이며 상시주둔과는 다르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천 교수도 "미군 주둔 가시성이 커진다는 점은 미국이 모호한 전략에서 명확한 입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국은 아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자동 개입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한편 대만의 독립 움직임은 적당한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속적으로 무력을 이용한 통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중국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이 대만에 공식적으로 군을 주둔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500명까지 병력을 늘렸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1979년 중국을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면서 대만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다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무기 판매 등 방어지원을 지속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제 대만 주둔 병력까지 197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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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와 시누크 헬기가 세워져 있다. 2025.05.23. |
사샤 차브라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중국 언론에 "전면전이 시작되면 대만에 있는 미군 기지도 타격을 받고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인이 피를 흘리게 되면 미국은 전면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미국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몽고메리로 대표되는 미국 강경론자들이 원하는 게 이 방향이다. 몽고메리는 해당 청문회에서 "효과적인 (대중국) 억지와 대만 방어를 위해 병력규모를 1000명으로 현재 대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며 "밀접하고 지속적인 군사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감한 주둔군 규모 발표와 증강 계획이 청문회에서 공식 언급된 건 몽고메리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 내 논의에 관심이 더 집중된다.
은밀히 유지됐던 미국과 대만 간 군사협력이 노골적이고 개방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중국의 이른바 '레드라인'에 대한 테스트이기도 하다.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보고 향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거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의 전략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비영리싱크탱크 차텀하우스의 윌리엄 매튜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런 조치들이 베이징(중국정부)으로 하여금 지금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이 통일을 막는 선제조치를 할 경우 중국은 무력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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