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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완전히 미쳤다”는 트럼프 보란 듯... 러, 우크라 사흘연속 대공습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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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기 드론과 미사일 퍼부어
26일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UPI 연합뉴스

26일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UPI 연합뉴스


러시아는 26일 밤 또다시 우크라이나 군 시설과 전력망 등의 인프라에 대해 개전(開戰) 이래 최대 공습을 가했다. 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12명이 숨졌다. 이란제 샤헤드(Shahed) 계열의 드론 355기 이상과 일부 북한제를 포함한 미사일 9기 등 근 400기가 동원됐다.

러시아군의 이날 밤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있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전히 미쳤다”에 소셜미디어에서 비난하고 기자들에게 “더 강한 제재도 물론 고려하겠다”고 말한 직후에 다시 이뤄졌다. 러시아는 3일 연속 우크라이나를 공습하며 1000대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퍼부었다.

푸틴으로서는 이미 트럼프가 취임 후 ‘유럽의 전쟁’으로 규정한 이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힌 데 이어 의욕을 보였던 우크라이나ㆍ러시아 평화협상 중재도 좌절된 상황에서, 이 소모전이 장기화할수록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3일 간 1000여 기의 드론과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26일 “외교 전문가들과 전(前) 정부 관계자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하는 조건들을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하면 트럼프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해 온 푸틴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고 때때로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유럽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 제재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 되면 결국 한발 빼는 것이 ‘익숙한 패턴’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국립 현충일 추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국립 현충일 추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는 민간인들을 계속 살상하는 러시아의 드론ㆍ미사일 공습을 비난하지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강화나 구체적인 러시아 금융 제재는 언급하거나 실행한한 적이 없다. 필립 오브라이언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대 전략연구학 교수는 NYT에 “미국은 서서히 우크라이나에 꼭 필요한 지원을 줄이고 있고, 러시아는 이 상황을 잘 포착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사거리 500㎞ 이상인 독일산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사거리 제한도 푼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7년 태안반도 인근 서해 상공에서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F-16 전투기에서도 발사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자료사진

2017년 태안반도 인근 서해 상공에서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F-16 전투기에서도 발사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자료사진


◇오락가락 트럼프 ”나와 푸틴만 해결 가능→”우크라와 러시아 직접 협상해야”

푸틴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 튀르키예에서 자신과 직접 만나자고 제안한 것을 거절했다. 그리고 외교차관을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을 보냈다. 당시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푸틴이 만나면 합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국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곧 “오직 나와 푸틴만이 전쟁 해결 능력과 권한이 있다”고 했으며, 19일 푸틴과의 통화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5월19일 2시간에 걸친 트럼프ㆍ푸틴 간 통화는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협상해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나는 (중재 노력에서) 물러서겠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핀란드 정상 및 유럽집행위원장과 통화하면서 푸틴은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고 압박 중이라며, 미국은 유럽이 주도하는 더 강력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에 동참할 의도가 없다는 뜻을 비쳤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나는 빠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뭔가 이뤄지려고 하는데, 제재를 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X에 “이 끔찍한 유혈 참극이 끝나면, 러시아는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길 원하며, 나도 동의한다”고 썼다.

그러던 트럼프는 25일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엔 기자들에게 “푸틴은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 난 그를 오래 알고 지냈고 항상 잘 지냈지만, 지금 그는 도시들에 로켓을 쏘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 말했다.


이날 밤에는 자신의 트루스쇼설(Truth Social)에 푸틴은 “완전히 미쳤다!...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미사일과 드론이 아무 이유없이 쏟아진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부를 원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러시아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그러나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 트럼프의 글에 대해 “모두가 정서적으로 과부하된 상황에서 나온 감정적 반응”이라고 평했다.

◇러시아, 지난 한 주 1500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는 1390기 이상의 드론과 94기의 탄도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난 주에만 30명 이상의 민간인이 죽고 163명이 다쳤다. 이 공습은 26일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이번 공습이 “우크라이나 무기 생산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타격”이라고 주장했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의도적인 민간인 공격으로, 주거 건물, 대학 기숙사, 산업시설 등이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제 패트리어트 시스템과 같은 방공(防空) 시스템이 부족해, 제한된 시스템을 매일 도시를 이동 배치하며 다음 공격을 예측하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조건 없는 30일 간의 휴전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고, 양측은 계속 교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이 시비하는 X에 “전세계가 살인을 멈추라고 외치는데, 푸틴은 더 많은 공습과 어린이 살해를 명령한다”고 비판했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에 이어, 독일 제공 미사일도 사거리 제한

메르츠 독일 총리는 26일 베를린의 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무기에는 더 이상 사거리 제한이 없다. 영국도, 프랑스도, 우리도,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작년 11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미국의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에이태킴스ㆍATACMS), 영국ㆍ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스톰섀도우(Storm Shadow)와 스칼프(Scalp) 미사일은 모두 ‘조용히’ 사거리 제한이 풀렸고, 러시아 영토 내 공격이 허용됐다. 그러나 독일 타우러스 미사일의 사거리는 500km 이상으로, 에이태킴스(165㎞와 300㎞ 두 종류), 스톰섀도우/SCALP(약 250㎞)보다 훨씬 길다.

독일 공군(루프트바페) 소속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장착된 타우러스 미사일(녹색).

독일 공군(루프트바페) 소속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장착된 타우러스 미사일(녹색).


메르츠 총리는 “이 말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방어를 위해, 러시아의 군사 거점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럴 수 없었고, 극히 일부 예외만 존재했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군사 용어로는 이를 ‘장거리 화력(long range fire)’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중도우파인 기민당 소속 메르츠의 발언은 이전 사민당 출신 총리였던 올라프 숄츠의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숄츠는 타우러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제공 요청을 거부했었다.

이와는 별도로,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 ‘넵튠(Neptune)’과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드론을 자체 개발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베를린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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