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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이 마침내 토트넘 홋스퍼의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진정한 레전드(True Legend)'로 등극했다. 팬들의 과장이 아닌 구단이 직접 공식적으로 인정한 칭호다.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과 함께 그는 앨런 멀러리(1972), 스티브 페리맨(1984)에 이어 토트넘 역사상 세 번째로 유럽 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주장이 되었다.
유럽 무대에서의 오랜 무관을 끝낸 주장으로서, 손흥민은 토트넘이라는 클럽 역사에 잊히지 않을 족적을 남겼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무려 17년 만에 거머쥔 메이저 트로피였으며, 유럽 대항전 기준으로는 1983-1984시즌 UEFA컵 우승 이후 무려 41년 만의 성과다.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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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해당 결승전에서 온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후반 교체로 출전했다.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우승 세리머니에서는 팀의 주장으로서 앞장서서 트로피를 들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세 번째로 유럽 트로피를 들어 올린 주장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1972년 UEFA컵 우승 당시의 앨런 멀러리, 1984년 우승 당시의 스티브 페리먼에 이어 손흥민이 그 계보를 잇게 된 것이다.
토트넘 구단도 손흥민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했다.
토트넘은 26일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이 토트넘 전설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며 "손흥민은 페리먼, 제닝스, 치버스, 로버츠 등 위대한 전설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그는 유럽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엘리트 캡틴 그룹의 일원이자 명백한 토트넘 레전드"라고 언급했다.
또한, 손흥민이 홀로 트로피를 바라보는 장면에는 "진정한 레전드(True Legend)"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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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토트넘은 리그 성적 면에서는 실망스러웠다.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인 38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도 1-4로 완패하며, 11승 5무 22패 승점 38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인 17위로, 종전 최악이었던 1993-1994시즌의 15위마저 갱신한 결과다.
22패는 프리미어리그 체제 이후 단일 시즌 최다 패배 타이 기록이며, 42경기 체제를 포함해도 구단 역사상 손꼽히는 암울한 시즌이다.
그러나 유로파리그 우승은 이 모든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토트넘은 최종전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함께 우승을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는 단순한 리그 경기의 결과를 넘어선 감동적인 축제의 장으로 전환됐다.
브라이튼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UEFA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고 토트넘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가드 오브 아너'로 맞이한 인물들은 다름 아닌 토트넘의 전설들이었다.
1984년 UEFA컵 우승 주역인 스티브 페리먼, 팻 제닝스, 마틴 치버스, 그레이엄 로버츠 등이 손흥민을 위해 직접 그라운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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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날 홈팬들과의 작별 행사에서도 15kg에 해당하는 무거운 우승 트로피를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구장을 찾아온 홈팬들에게 인사했고, 이어 동료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뒤에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일일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팬들은 물론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부주장단도 이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런던 지역지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부상 여파로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진 못했지만, 세리머니에서는 분명히 중심 인물이었다"며 "남쪽 스탠드 앞에서 100번째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장면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토트넘 전문 소식지 '스퍼스웹' 역시 "손흥민은 경기 후 경기장을 한 바퀴 더 돌며 혼자만의 두 번째 랩 오브 아너를 진행했다. 손흥민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하며 모든 방향의 팬들과 교감했다"면서 "그는 그 순간만큼은 구단을 대표하는 존재로서의 책임과 자부심을 온몸으로 보여줬다"고 전하며 손흥민의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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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서 공식전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94도움을 기록 중이다. 구단 역대 득점 5위, 도움 1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2015년 입단 이후 10년 동안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23-2024시즌부터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까지 발휘했고, 유럽 대항전 우승까지 이뤄내며 더는 이룰 것이 없을 정도의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손흥민에게도 이제 중요한 선택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그의 계약은 2026년 6월까지로 연장되어 있지만, 다음 시즌이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토트넘이 최고 연봉자를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홋스퍼 HQ' 등 토트넘 전문 매체들은 "손흥민은 단순한 선수 그 이상이다. 33세에 접어들었지만, 경험과 인품은 어떤 젊은 선수도 대신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손흥민의 잔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은 손흥민의 존재를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리더십과 경험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떠날지, 남을지.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토트넘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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