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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의 ‘주4일 등교’ 정책 제안에…대선 후보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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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유튜브 ‘민주노동당 TV(티브이)’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서울 정릉초 6학년 4반 학생들의 정책 제안에 직접 답하고 있다. 유튜브 ‘민주노동당 TV’ 채널 갈무리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유튜브 ‘민주노동당 TV(티브이)’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서울 정릉초 6학년 4반 학생들의 정책 제안에 직접 답하고 있다. 유튜브 ‘민주노동당 TV’ 채널 갈무리


“서울 정릉초 6학년 4반 여러분, 좋은 정책 제안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26일 유튜브 ‘민주노동당 TV(티브이)’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말했다. 권 후보는 영상에서 정릉초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며 호응했다. “어린이 기본법 당연히 필요합니다. 어린이 교통비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학교 시설도 반드시 점검해서 수리해야 하겠습니다.”



시작은 6학년 4반 담임인 김한민 교사의 아이디어였다. 6학년 1학기 사회 과목 1단원 주제는 ‘민주주의’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일상생활에서의 민주주의, 민주정치의 원리와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등의 역할을 배운다. 마침 조기 대선이 6월3일로 결정되자,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 기회를 살려 교육을 하고 싶었다. 그는 15년 전 서울시장 선거 때 제자들과 함께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고,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후보로부터 답 편지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김 교사의 주도로 학생 19명은 정책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중복되는 것 등을 추려 모둠별로 자료 수집과 토론을 거쳐 정책을 한 개씩 확정했고, 제안 의도를 직접 썼다. 그렇게 2주에 걸쳐 추려진 정책은 주4일 등교제, 아동기본법 제정, 아동 교통비 지원, 학교 시설 개선, 밤 8시 전 학원 수업 종료 등 5개다. 김 교사는 이를 지난 23일 중앙선관위에 있는 후보 캠프 연락처를 통해 권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쪽에 전달했다.



답변이 온 곳은 권 후보와 김 후보다. 권 후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아이들의 제안 내용을 모두 거론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 주 4일제 출근, 주 4일제 등교 꼭 만들어 보겠다. 어린이도 어른도 잘 쉬어야 건강하고 행복하다”며 “학원 다니는 시간을 줄여서 여러분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그 사실을 앞으로도 꼭 기억해달라.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쪽도 지난 26일 이메일을 통해 “선생님과 어린 제자인 아이들의 소중한 의견은 김문수 후보께 잘 전달하겠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23일 서울 정릉초 6학년 4반 학생들이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제안한 어린이 정책들. 김한민 교사 제공

지난 23일 서울 정릉초 6학년 4반 학생들이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제안한 어린이 정책들. 김한민 교사 제공


학생들은 후보들의 답변을 받고 신기해하면서도 뿌듯해했다. 배아무개 학생은 김 교사를 통해 보내온 글에서 “평범한 초등학생들의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4시간 동안 열심히 해서 후보님께 드렸는데 답변을 해주셔서 너무 떨리고 기쁘다”고 했다. 손아무개 학생은 “역시나 공든 탑이 무너질 리는 없다”며 “기적이라는 단어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닌 것 같고 진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우려해 교실에서 선거 교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기회로 학생들이 민주주의에 참여한다는 효능감을 느꼈으면 했다. 그는 한겨레에 “특정 후보의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형식이라 덜 부담스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피드백을 받고, 변화의 가능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이 다가오지만 교실 내에서 선거 관련 교육은 전반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고등학교의 경우 2007년 6월4일생까지 투표가 가능해, 전체 고3 학생의 42%인 19만2439명이 이번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대다수 교사는 학교에서 아예 선거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수의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선거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선관위 누리집 링크를 안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오히려 선거 벽보 훼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나,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강조하는 가정통신문이 더 나가는 상황이다. 김진훈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학교 내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놓고 친구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거나 올바르지 않은 정보를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교사들은 학부모의 민원 부담도 있어서 이를 중재하고 개입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라며 “선거를 앞두고 계기 교육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청이 교사들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선거 관련 계기수업 자료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대원 경기 수내고등학교 교사는 “꼭 계기수업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한 선거 교육이 평시에 충실하게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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