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공약집 공개
이재명표 재정권력 개편 구상 담겨
이재명표 재정권력 개편 구상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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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성동구·동대문구 집중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무대를 떠나며 큰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기재부) 권한을 축소하고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이른바 ‘기재부 쪼개기’ 방침을 공식화했다. 28일 민주당이 발표한 제21대 대선 공약집에는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는 내용이 골자인 기재부 조직 개편 구상이 담겼다. 그간 이재명 대선 후보와 민주당은 기재부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하며 “행정부의 왕노릇을 한다”며 집권 시 고강도 조직 개편을 예고해 왔다.
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재부가 본래 기능인 ‘경제정책 수립과 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산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후보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약집에는 전체적인 방향성만 제시됐지만 민주당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허성무·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재부를 예산처(부)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핵심 쟁점은 분리된 기획·예산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현재 민주당은 기획예산처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방안은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갖게 되고 대통령이 총리를 내세워 실질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또 총리가 오랫동안 기획예산 권한을 가졌던 관료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헌 논란도 있다. 헌법 제6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행정권을 갖지만, 행정 각부를 지휘하는 것은 제86조에 따라 대통령 명을 받은 총리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기관은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등이며 행정부 기관들은 총리가 지휘해야 한다.
예산 기능 분리 외에도 공약집에는 정부의 예산권 전반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예산안 증액 심의 시 정부 동의 범위 및 요건을 명확화’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모호한 ‘항’의 범위를 정부는 예산과목상 최하위 단위인 ‘세부사업’으로 해석해왔기 때문에, 국회가 특정 세부사업을 감액하는 경우 정부 동의를 받아야 했다. 정부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분야-부문-프로그램-단위사업-세부사업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민주당 공약대로 항의 의미와 범위를 구체화하면 국회는 동일 ‘프로그램’ 내에서 예산을 재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고 정부 동의 없이도 세부사업 간 증액이 가능해진다. 전체 프로그램 증액에 대한 정부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회 예산 권한을 크게 확대하는 조치다.
기재부 자금 운용 권한에도 제동을 걸 방침이다. 민주당은 기재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 간 자금 이동을 자유롭게 활용해온 방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계 및 기금 간 자금 전입·전출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공약집에 담았다. 예산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세입 확충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운용 유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관련 권한도 기재부에서 일부 축소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재부 산하 공공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민간위원 비율을 3분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공공기관 기능 재조정이나 대주주 변경, 보유 주식 처분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국회에 사전 보고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주요 공기업 통폐합이나 구조조정 계획을 기재부 중심으로만 이뤄지지 않도록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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