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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유시민 작가(오른쪽)가 출연한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 갈무리. |
작가 유시민씨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씨를 “(대학을 못 나온 공장 노동자 출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올라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조롱한 것을 두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진보당, 노동계, 여성계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벌어진 지 하루가 지나도록 어떤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의 공식 직함을 갖지 않은 명사의 개인 발언에 당 차원에서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명시적 이유지만, 유씨의 ‘설화’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유씨가 ‘친민주당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고출력 스피커’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시민 언급 없이 “발언 신중해야”
강훈식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30일 오후 중앙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유씨의 발언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특정인 발언에 대해 말씀드리기보다, 민주진보진영 스피커 모두가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있다”며 “한표 한표 정성으로 모으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정성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걱정과 경계를 가지고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에둘러 우려의 뜻을 전하면서도 유씨의 발언과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핵심관계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본다”면서도 “해당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씨는 선대위 구성원도, 당원도 아니기에 직접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지금은 말을 얹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다. 유씨의 발언이 ‘보수 결집’의 명분을 줄까 우려되는 건 사실이지만, 공연히 언급해서 논란을 더 확산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유씨 팬덤과 강성 지지층 눈치 보나
당과 선대위 차원의 ‘함구’ 모드와 별개로 개별 의원들 역시 유씨의 발언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기는 꺼리는 분위기다. 유씨를 옹호하는 팬덤의 힘이 막강한 데다, 발언이 나온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역시 민주당 지지층이 즐겨 시청하는 정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씨는 지난 28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설난영은 부품회사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이었고 김문수 후보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었다. 대학생 출신 노동자가 ‘찐 노동자’하고 혼인한 것”이라며 “설씨 생각에는 나와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김 후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내가 조금 더 고양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며 “(도지사의 아내, 대통령 후보의 아내 등)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올라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영국·진보당은 “명백한 혐오, 사과해야”
민주당이 침묵하는 것과 달리 민주노동당과 진보당은 유씨의 발언을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날 ‘노동자 여성의 삶을 비하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유시민씨의 발언에는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엘리트주의가 느껴진다”며 “노동자들을 무지한 존재,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 설난영씨의 언행은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며 “(이러한 발언은) ‘변절자’ 설난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노동자 일반에 대한 조롱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날 “명백한 노동·여성·학력 차별혐오 발언”이라며 “참담한 엘리트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발이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이야말로 유시민 본인”이라고 했다. 또 “응원봉 광장 정신과 우리가 향해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라며 “유씨 본인도 지지한 바 있는 차별금지법의 취지부터 다시 곱씹어보길 바란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침묵
하지만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과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유씨의 발언에 대해 어떤 비판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의힘은 유씨의 발언을 겨냥해 총공세를 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성노동자 학력 비하, 투표로 심판에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네거티브단(단장 주진우·최기식)은 이날 유씨의 발언이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공익적 검증의 범위를 벗어나 후보자와 그 배우자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비방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비방죄)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주 기자 [email protected] 류석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영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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