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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이자에 대출원금까지 큰일”…비상사태라는 신탁업계, 왜?

매일경제 이희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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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 책임준공 손배 첫판결
손해배상액 급증에 예의주시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책임준공 약속을 어긴 신탁사는 대주단에 연체이자는 물론 대출 원금까지 모두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신탁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판결이 난 신한자산신탁 외 다른 신탁사들도 책임준공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소송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11월 41건이 제기됐다. 이 중 15건이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이다. 한 사업장에서 여러 주체가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대주단에 256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날 판결은 신호탄일 뿐이라는 의미다.

책준형 신탁 사업은 신용도가 낮은 중견·중소 건설사를 대신해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지고 공사를 끝내겠다’고 확약하고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다. 주로 물류센터나 오피스텔처럼 비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신탁 수수료가 높은 고수익 사업이어서 부동산 활황기 때 금융계열 신탁사가 대거 뛰어들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건설업 침체기가 오며 약속된 시점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한 사업장이 급증하면서 관련 소송이 쏟아지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인천 물류센터 등 책준형 신탁 사업장 10곳, 하나자산신탁은 9곳, 우리자산신탁은 8곳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걸렸다. 신한자산신탁처럼 소송액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업장도 있다.

신탁업계는 특히 이날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것에 주목한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연체이자는 물론 대출 원금까지 다 내라는 결론은 업계 입장에선 최악”이라며 “소송에 시달리는 신탁사마다 손해배상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엄청나게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4개 신탁 업체는 작년 한 해에만 총 66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탁 업체별로 보면 신한자산신탁의 당기순손실이 3206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교보자산신탁(-2409억원), 무궁화신탁(-1371억원), KB부동산신탁(-1133억원) 순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탄탄한 금융지주를 뒷배로 둔 금융계열 신탁사가 책준형 신탁 사업을 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가 구원투수 역할을 하면 신탁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견·중소 건설사가 줄도산하고 있어 한동안 어려운 업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난에 허덕이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올해 들어 벌써 11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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