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대선 승부처 민심 르포④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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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광화문역 세종대로 사거리. 점심 식사를 위해 거리에 나온 시민들 위로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박상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합니다. 추진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 대통령들이 못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44세 김승환씨, 이하 가명)
"대통령이 되려면 깨끗해야 합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인까지 진짜 깨끗해요."(84세 박만석씨)
"거대 양당은 나은 사회를 만들겠단 신념보다 정권 욕심이 더 큰 거 같아요. 둘 다 자격 미달 같아 일관성 있는 이준석이 나아보입니다."(30세 김승혜씨)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까지도 서울의 민심은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보였다. 거주지와 세대, 성별 등에 따라 각자 지지하는 후보가 극명하게 나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은 매 선거마다 최대 격전지다. 직전 선거인 지난해 4.10 총선에서는 총 48석 중 민주당이 37석, 국민의힘이 11석을 가져갔다. 의석수의 차이는 컸지만 실제 득표율에서는 민주당이 52%, 국민의힘이 46%로 접전에 가까웠다.
20대 대선에서는 당시 윤석열 후보가 서울 내 득표율 50.5%를 기록. 이재명 후보를 5%포인트(p) 차이로 앞서며 대권을 가져갔다. 19대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42.3%, 이어서 △안철수 22.7% △홍준표 20.8% △유승민 7.3% △심상정 6.5% 순으로 득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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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서울지역 결과/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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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대 대선·제20대 대선 서울지역 결과/그래픽=이지혜 |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 28일부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까지 만난 서울 시민들은 대체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반감을 보였다. 다만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를 놓고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보였다.
60대 이상에선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후보가 확연히 구분됐다. 28일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서울 토박이 박만석씨(84·남)는 이재명 후보를 '범죄자'로 지칭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 씨는 "범죄자가 대통령 된다는 건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며 "공직 생활도 문제 있고, 그 부인도 돈과 관련된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전미순씨(81·여)도 "이재명은 안 찍어줄 것"이라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종로구 탑골공원에선 강남 지역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왔다. 29일 오전 탑골공원에서 머니투데이 더300을 만난 최영순씨(77·남)는 사전투표를 하며 이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이재명이 든든하고 믿을만하다"며 "다른 사람들은 토론을 보니 다 얼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북부에 거주하는 박영자씨(72·여)는 "일단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킨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먹고 살기에 민주당이 나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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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어있는 선거벽보/사진=조성준 기자 |
20·30 청년층에서도 '격전지' 서울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29일 신촌역 인근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대학원생 서은지(26·여)씨는 "양당 체제는 너무 지겹고 청년 정책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시장만 도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려는 이준석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홍대 인근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한다솜씨(25·여)는 "이재명 후보는 정상적으로 정치를 할 것 같다"며 "정치권에 거는 기대감은 없지만 비상계엄 정도의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프리랜서 남현준씨(28·남)는 "이재명 후보는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무책임하게 다 해줄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그 외 정책들도 구체적이지 않고, 진정성 없는 득표만을 위한 공약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층에서 눈에 띈 건 사전투표 전날까지도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는 점이다. 투표는 하겠지만 '선호하는 후보는 없고 특정 후보만큼은 찍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게 이유였다. 용산역에서 만난 홍연서씨(25·여)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 "고민 중이지만 일단 이재명 후보는 뽑지 않을 것이다. 대선 국면 초반엔 당연히 윤 전 대통령이 있던 당에 대한 심판의 필요성을 분명히 느꼈지만, 이 후보의 '호텔경제론' 등 발언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공덕역 인근에서 만난 대기업 종사자 박현승씨(29·남)는 "어차피 1번(이재명 후보)이 될 것 같아서 한 표를 더 주는 게 차이가 없지 않을까.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처럼 원외 정당 후보가 선거 준비를 더 어렵게 하고 있어 보여 표라도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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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아래 청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
한편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번에 뽑힐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에 해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중년층 이상의 시민들은 연금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역삼역에서 만난 IT(정보통신기술)업계 종사자 구진호씨(31·남)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내 집 장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청년들에게 원하는 것은 건실하게 일하며 세금을 내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 일 텐데, 그것을 위해서는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종로에서 이야기를 나눈 여행업계 종사자 김하준씨(30·남)는 "주거비 때문에 서울에서 살기 힘들다. 생활의 기본이 늘 불안하다"며 "청년들이 편하게 집을 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박해솔씨(26·여)는 "취업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면서도 "대통령이 혼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제가 좀 안정되고 일자리도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만난 주부 박민선씨(54·여)는 "지금의 연금 구조로 과연 10년은 버틸 수 있을까 싶다"며 "무작정 자식 세대에게 떠넘길 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주부 한정희씨(71·여)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이 깎인 사례를 언급하며 "먹을 거 안 먹고 10원 아껴가며 연금 들었던 것 아니냐. 국민연금 안 낸 사람 기초연금 더 타가는 것 보면서 그것만큼 억울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 제도를 좀 합리적으로 해달라. 연금 제도 바꿔주면 가서 무조건 한 표 찍어준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email protected] 박상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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