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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도 없는데 세 대나 주차? 21만원 내세요” 커지는 주차 갈등

헤럴드경제 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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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구축 아파트 주차난 갈수록 심각
주차료 급격 인상 통해 주차 공간 확보
“행정기관 개입 및 실태조사 어려워”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A씨는 최근 몇 년 만에 신차를 샀다. 연식이 된 구축 아파트다 보니 지하주차장이 없는 데다가 주차 공간도 비좁아 이중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는 신차 구매 후 단지 내에서도 먼 곳에 주차하거나, 창문으로 지켜보다 좋은 자리가 나면 옮기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에 거주 중인 B씨는 아파트 주차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가, 최근 단지 내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뒤로는 아예 인근 공용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파트 주차 문제는 가구 수별 증가한 차량수와 함께 점점 더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아파트 최다 민원 사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주차민원’이 차지했다.

30일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민원관리 서비스에 접수된 10만여건의 민원 중 약 33%가 주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차 민원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29%로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주차난에 시달리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에서는 차량 등록 제한과 추가 등록금 인상을 통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다만 그 인상 폭이 너무 크고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있어 이에 대한 입주민 사이의 논쟁은 커지고 있다.

2020년 준공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최근 큰 폭의 주차료 인상이 결정됐다. 지난달 해당 아파트는 입주민들에게 가구당 차량 2대 등록을 위해서는 6만원, 3대는 26만원을 관리비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기존 주차비 징수 안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올랐고, 4대 이상 등록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단지 입주자 중 한명은 “전에 살았던 서초구 임광아파트·삼성아파트도 주차 등록 시 추가 제한이 없고, 금액도 한대당 2만~4만원이었다”며 “불과 몇 년 전인데 너무 비싸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차량 3대 보유에 대한 주차료를 기존 3만1000원에서 21만1000원으로 7배 가까이 올리고, 4대에 대해서는 6만1000원을 41만1000원으로 올리는 등 가파른 인상안을 담은 주차료 개정 의견 수렴 안내문을 공고한 바 있다. 이에 지나치게 올린 것 아니냐는 입장과, 주차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는데 3대 이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만한 주차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한때 충돌하기도 했다.

문제는 입주민 간의 협의 외에는 이와 같은 문제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묘수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상 아파트 주차료는 해당 아파트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행정기관의 개입이 어려워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지난 2019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아파트 주차료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참고용 표준주차료를 제시했으나, 이후 추가적인 조사나 기준 마련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장은 부대·복리 시설로 운영 책임은 입주자대표와 입주자들에게 있다”며 “2019년 실태조사 당시 표준규약에 맞춰 아파트 자체적으로 평형에 맞는 금액을 부과 징수하기로 결정했으나, 표준 지침만 있고 구체적인 주차료 액수 부과에 대한 제한 규정은 따로 없다. 금액 인상안에 대한 위법 여부도 판단이 어렵고, 민감 정보기 때문에 아파트별 비교를 통한 실태조사 진행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행법상 주차장 설치 기준은 가구당 평균 주차 대수 1대 이상으로, 이는 1996년 개정 이후 27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한편 자동차 등록 대수는 꾸준히 증가해 주차난에 시달리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공동주택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단지들의 주차 공간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아파트의 평균 주차대수는 가구당 1.06대에 불과했다.

전문가는 아파트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과도한 주차료 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동주택은 다 같이 어울려 사는 곳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원만한 합의에 이르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다만 가구별 인원과 전용면적에 맞는 차등 기준을 금액에도 부과하는 등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차를 확실히 세울 곳이 없다면 차를 소유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본의 차고지증명제를 참고해 볼 순 있다”며 “제주도에서 실시하려 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고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당장의 시행은 어렵기 때문에, 차량 소유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단지 내의 원만한 합의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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