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50% 인상에 EU 보복 시사
EU, 미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중국보다 두배 이상
7월 트럼프 관세 50% 부과땐 미 GDP 0.6% 하락 가능성
EU, 미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중국보다 두배 이상
7월 트럼프 관세 50% 부과땐 미 GDP 0.6% 하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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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키로 하자 유럽연합(EU)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양진영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보복을 시사했다.
대변인은 EU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대응 조치를 보류한 상태라면서 “EU는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기존 및 추가적인 EU 조치는 7월 14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더 일찍 발효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결정에 대해 “글로벌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대서양 양측의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이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는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탄탄하게(secure)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이는 6월 4일 수요일부터 시행된다”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EU 철강·알루미늄 생산량 20%, 미국으로 수출
EU에 따르면 유럽 철강산업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0억 유로(약 120조원)가량을 기여하고 있으며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에 걸쳐 500여개 생산 시설이 가동 중이다. 250만개 이상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럽의 핵심 제조업 중 하나다.
전체 철강·알루미늄 생산량의 20%는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대미 수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추가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된 철강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 철강산업협회 회장인 케르슈틴 마리아 리펠은 이날 dpa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수입 관세 두 배 인상은 대서양 횡단 무역 갈등의 새로운 고조를 의미한다”며 “50% 관세는 우리 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미 위기에 처한 경제에 추가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우리 철강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는 지난 3월 미국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강 수입량 제한을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엔 미국 철강 관세 발효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총 210억 유로(약 33조원) 상당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려다가 대미 협상을 이유로 7월 14일까지 90일간 보류했다.
지난 9일에는 협상 불발에 대비해 미국의 10% 보편관세,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항공기, 자동차 등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세부 목록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트럼프, 7월 EU에 관세 50% 부과땐 미국도 올해 전체 역성장
한편 미국은 품목관세와 별도로 EU에 대한 50% 고율관세 부과를 7월 9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오는 7월 9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지난 4월 각국에 대해 차등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90일)가 만료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EU에 대한 상호관세를 20%(기본관세 10%+각 경제주체별 차등관세 10%)로 책정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과 EU간 협상에 “아무 진전이 없다”며 내달 1일부터 EU에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기습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25일 뉴저지주 자신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EU에 예고했던 50% 고율 관세를 오는 7월 9일까지 유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이 EU에 관세 50%를 부과할 경우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0.6% 가까이 낮아지고, 반면 물가는 0.3% 이상 오를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분기 미국 GDP가 0.2% 역성장한 데 이어 EU 관세로 GDP가 낮아지면 올해 전체 GDP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유럽이 겪는 경제 타격도 상당할 방침이다.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 조사에 따르면 EU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아일랜드는 가장 큰 타격을 입어 GDP가 4% 감소하게 된다. 또한 독일 경제 성장률은 1.5%, 이탈리아 1.2%, 프랑스 0.75%, 스페인은 0.5% 하락할 전망이다.
양국의 타격이 불가피한 이유는 EU가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EU에서 6060억달러(약 830조원)를 수입하고 3700억달러를 수출했다. 또한 미국 GDP에서 EU와의 상품·서비스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달해 2.2%인 중국보다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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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국기 [로이터] |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미국과 EU 사이에 경제 불안을 유발하는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갈등 중심에는 ‘비관세 장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EU 관리들은 무역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비관세 무역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폴켄더 미국 재무부 장관도 “미국은 EU 전체를 상대로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개별 유럽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대부분의 비관세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협상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EU의 갈등은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웃 국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올해 남은 기간 내내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두 달 동안 우리가 겪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라이언 스윗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경제학자는 “EU에 부과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질이 생길 때마다 관세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대로 관세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미국에 긍정적인 결과를 주긴 어렵다는 평가도 우세하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양자 간 관세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인 GDP 성장을 끌어내지는 못한다”이라며 “올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3%포인트 상승해 193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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