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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 관세 25→50% 인상2/그래픽=김다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대해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앞선 관세 인상 조치에서는 가격 우위를 지켰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관세를 오는 4일부터 5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한 차례 관세 조치 영향을 예의주시하던 국내 철강 업계는 재인상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25% 관세 부과 직후인 지난 4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804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8.6% 늘었다. 관세 조치 이후 철강·알루미늄 수출 물량이 1.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한국은행)과는 반대로 전개됐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미국산 철강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철강 제품인 열연의 경우 지난 4~5월 미국산 가격이 톤당 1000달러(약 138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반면 관세 부과에도 한국산 가격은 톤당 110만원 수준으로 가격 우위를 지키면서 직격탄을 피했다.
그러나 추가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면 원가 역전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기본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대부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50% 관세 조치가 실현되면 미국에서 국산 철강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발 관세로 인한 경쟁국인 중국 등의 밀어내기 물량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안 그래도 정부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국산 물량이 미국 관세를 피해 다른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의 경우 중국산 열연과 후판은 반덤핑 제소 이슈가 있지만 그외 품목은 여전히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물량이 늘며 경쟁이 격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 제철 기업이 수출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이미 공급 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조강 생산능력은 2018년 23억7000만톤에서 2027년 26억2000만톤으로 증가한다. 과잉 설비 규모도 2021년 4억7000만톤에서 2027년 7억20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05년 3억4900만톤에서 지난해 10억510만톤까지 조강 생산 규모를 늘린 중국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50%의 관세가 미국 내 공급망에도 큰 타격을 미치는 만큼 실제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국회나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나온 정치적 수사로 해석한다"며 "미국 현지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를 올리면 그게 소비자에게 전가될텐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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