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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미분양… “대출 규제 7월 건설사 줄도산 우려”

조선일보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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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건설 불황… 위기론 대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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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의 318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은 작년 10월부터 인부들의 출입이 뚝 끊겼다. 37층 높이의 아파트 골조는 물론 전기 배선 공사까지 완료됐지만,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지며 결국 부도 처리됐기 때문이다. 애초 작년 6월이던 입주 시기는 올해 7월로 미뤄졌지만, 입주는커녕 올해 안에 공사 재개 여부도 미지수다. 경기 의정부역 인근의 한 주상복합도 올해 초 시공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5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달 말 시공사가 바뀌어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다.

내수 경제를 견인하는 건설 경기가 전례 없는 침체에 빠진 가운데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황 장기화에 공사 실적이 줄고 미분양 증가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데, 치솟은 공사비로 수익은 줄고, 수주 감소로 미래의 일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수요가 더 줄면, 돈줄이 막힌 중소 건설사들이 대거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건설 후방 산업과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주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분양은 늘어나고 건설 수주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얹어지면 중소 건설사부터 무너질 것이라는 ‘7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 말소·폐업 증가세

1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건설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특정 시점까지의 시공 실적)은 지난 4월 9조5319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성은 해당 월에 시공한 공사 실적을 의미해 건설 경기의 대표적인 동행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건설 수주액도 지난 4월 12조64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5% 줄어들며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공사 실적이 줄면서 자금이 줄어들고, 미래의 수익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 업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는 공사비, 미분양, 건설 수주액 등 모든 지표가 악화되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 자금 경색을 유발하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2만6422가구로 1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 건설사가 건설을 완료하고도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져 대출 원금 상환이 지연되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실제로 미분양이 쌓이며 말소·폐업하는 건설업체도 증가 추세다. 말소·폐업하는 건설업체 건수는 지난 2022년 2171개에서 지난해 3071개로 2년 만에 41.5%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747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공 능력 평가 111위의 영무토건의 가세로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11곳으로 늘어났다.


◇건설 후방산업도 불황

건설 경기가 나빠질수록 중소형 건설사부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공능력평가 50위 이내 건설사의 전체 계약액 비율은 지난 2022년부터 상승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치인 47.1%를 기록했다. 반면 100위 이하 중소 건설사의 계약액 비율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의 건설 경기 악화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여러 지표에서 더 빠른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제 저성장, 금리 인하의 어려움, 공사비 급증 등으로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대응이 더 어렵다”고 했다.

건설 경기 불황은 자재, 시멘트, 철강 등 후방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812만톤으로 전년 동기(1039만톤) 대비 21.8% 감소했다. 1분기 출하량이 1000만톤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뿐이었다. 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제조 기업의 영업이익은 70% 이상 감소했으며, 쌍용C&E와 성신양회 등도 적자로 전환했다. 건자재 양대 기업 KCC와 LX하우시스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은 각각 71.7%, 54.5%로 집계되며 최근 5년 동안의 가동률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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