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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미지의 서울'속 '직장 따돌림'…"현실은 더 지독해"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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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오전 1시 30분 당사서 기자회견…승복 입장 밝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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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일 안 시키고 지켜보는 거, 그거 되게 대단한 방법 같죠? 그거 사람 괴롭히는 거에요."

이는 tvN 토·일 드라마(스트리밍 티빙·넷플릭스) '미지의 서울' 속 '유미래(박보영)'가 '한세진(류경수 분)'에게 했던 말이다. 동업자를 뽑은 거라는 고용주인 세진이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시키고 지켜봤던 거라고 말하자 미래는 자신이 직장에서 겪었던 따돌림과 절묘하게 일치하는 감정을 느낀다.

미래의 말처럼, 지금도 기업 내 따돌림 문화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곤 한다. 상사 혹은 회사의 비리를 고발했거나, 누군가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업무배제 당하는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 바 '대기석'이라고 부르는 지정 좌석으로 책상을 배치하는 형태로 관계를 단절시킨다.

이런 관계의 단절은 초라함을 넘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설령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내부 징계 절차를 거치거나 형사 고발을 진행하면 될 것을 오히려 죄인인 양 따돌리고 외면한 채 누군가를 고립시키는 '사회적 살인'을 끊임없이 자행한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이들은 쉴 새 없이 다음 타깃을 찾아 같은 일을 반복하기도 한다.

미지의 서울에서도 유미래가 사내 고발로 인해 따돌림을 당한 이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스스로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상사의 비리를 고발했던 선배가 퇴사하면서 뜻을 함께 했던 유미래가 오롯이 비난의 시선을 감수해야 했고, 대기석에 앉게 된 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야 했다. 비록 쌍둥이 동생 '유미지(박보영 분)'가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지만 서늘한 그들의 시선은 계속된다.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드라마 곳곳에서 흔한 클리셰(영화나 드라마 속 상투적으로 쓰이는 장면)로 활용될 만큼, 일상적인 소재가 됐다. 2017년 KBS애서 방영했던 드라마 '김과장'에서도 회장의 분노를 산 '김성룡(남궁민 분)' 과장이 대기석으로 발령받아 소통의 단절을 겪지만 오히려 그는 사내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참교육을 시전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비록 드라마 속 캐릭터이지만 그의 뒤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동료들의 응원과 언제든 비리의 폐부를 찌를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현실에는 삶을 대신 살아줄 '유미지'도 깡으로 중무장한 '김성룡'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점은 따돌림을 주도한 이들의 뒤에서 동조하는 '방관자'들이다. 불의에 맞설 용기는 고사하고, 현상에 대한 진실도 알아보지 않은 채 시키는 대로 따돌림에 가담하는 이들은 '나도 살아야 하기에'라는 앵무새같은 말들로 정당성을 찾는다.

드라마의 클리셰로 활용할 만큼 이제는 흔한 일이 돼버린 직장 내 따돌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19년 2130건에서 지난해 1만2253건으로 6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엔 지상파 방송사에선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해 온 기상캐스터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방관자로 살아가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이제는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서슬퍼런 따돌림의 화살이 당신을 향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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