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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호구냐”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반년새 식품기업 60곳 넘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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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노렸나…12월부터 식품기업 60여곳 줄인상
소비자단체 “이례적 상황…담합했다면 소비자 기만”
최근 반년 사이 식품·외식업계에서 이례적인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치적 혼돈 시기를 틈타 선제적인 인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6개월간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는 60곳이 넘는다. 평균 인상률은 8.5% 안팎으로, 가공식품과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1년 새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린 기업도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류 가격을 지난해 11월 8.9%, 지난달 7.7% 올려 반년 새 20% 가까이 인상했다. 대형마트에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180개입) 가격은 3만4780원으로, 반년 만에 5000원 넘게 올랐다. 빙그레는 지난 3월 아이스크림 등을, 지난달엔 요플레 가격을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과자·아이스크림값을 올렸는데, 초콜릿 ‘크런키’는 1년 새 41.7% 급등해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했다.

정부 물가관리 품목인 라면도 올랐다. 농심은 지난 3월 라면·스낵 17종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2023년 6월 윤석열 정부 압박으로 가격을 내렸으나 1년8개월 만에 원상 복귀했다. 오뚜기는 라면 16개 출고가를 평균 7.5%, 팔도는 비빔면 등의 가격을 4~7% 올렸다.

우유와 맥주 등 서민들 소비가 많은 품목의 인상도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우유협동조합은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고, hy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도 13.6%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지난달 평균 2.7%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 가격을 지난 4월 평균 2.9% 올렸다.

대상과 오리온은 일부 품목이나 제품 가격 인상 폭을 한 번에 20% 안팎까지 올렸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대상도 지난 1월 드레싱류 가격을 23.4% 올리고 후추는 19% 인상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주요 가공식품.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주요 가공식품.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원가 압박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한숨이 나온다. 빙그레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최근 가격 인상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커피와 코코아, 과채 농축액 등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환율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세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고, 비용 상승 대비 가격 인상률이 더 높다는 점 등 설득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코코아와 원두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은 올랐지만, 밀가루와 식용유, 옥수수 등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주요 식품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총 매출원가 증감률이 총매출액 증감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물가 안정 압박에 대비해 정국 공백기를 틈타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른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도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해태제과 등 일부 제과업체에 대해 가격 담합 혐의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농식품부 역시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일정 기간 수십 곳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이다. 소비자가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사전 협의를 통해 가격 동반 인상을 꾀했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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