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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대선에 함께한 尹… 중도표 급한 김문수 선거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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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놓고 자중지란
尹, 전광훈 집회 통해 김문수 지지 재차 호소
전문가 “尹은 김문수에게 부정적인 요소” 관측
국민의힘이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 안에서 대통령 선거를 맞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끝까지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을 선택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 이슈를 둘러싸고 선거 막판까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민의힘 당내 친윤(친윤석열) 인사이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의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을 놓고 “너무나 유감”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의 당론은 당헌·당규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며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 부결 당론을 유지했으나 ‘찬성’ 이탈표가 상당수 나오면서 탄핵안은 결국 가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바로잡겠다.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식화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중단없는 개혁을 약속드리며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하는 정당으로 빠르게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은 윤 전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었다”며 “당시 당 소속 의원들이 고심 끝에 숙의를 거쳐 내린 판단이었고 그 결정의 배경에는 보수정당으로서의 책임, 체제 수호의 가치,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당내 논의조차 없이 비대위원장의 판단만으로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선거만 바라보며 정체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당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공개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자 한동훈 전 대표와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 배현진 의원 등은 잇따라 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당내 갈등이 선거 하루 전까지도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손절 노력에도, 윤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힘썼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집회에서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이 대독한 호소문을 통해 김문수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일을 하루 앞둔 2일 부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일을 하루 앞둔 2일 부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윤 전 대통령은 “오는 6월3일 투표장에 가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시기를 호소드린다”며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면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 나라의 자유와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또 자유민주주의와 정상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할 때도 SNS에 글을 올려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서울 동대문 한 극장에서 이영돈 PD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기획하고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도 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탄핵된 이후 첫 공개행보였다.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언급한 부정선거론에 불을 지피는 듯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의 행보와 국민의힘의 모습이 중도층 표심을 김문수 후보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비상계엄·탄핵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며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김문수 후보의 노력 역시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양 진영 모두 강성 지지층은 다 결집했고 이제 중요한 싸움은 중도층 표심 잡기인데, 윤 전 대통령은 김문수 후보에겐 부정적 요인”이라며 “최근 아들 문제나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씨 관련 발언 등으로 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중도층 이탈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구윤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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