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총사퇴’ 요구 등 비판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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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큰절하고 있다. 뉴스1 |
대선에서 패배한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 후보는 “국민이 원치 않았던 이재명이 대통령에 취임했다”면서 당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김 후보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제가 역사에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지층을 향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후보는 “지금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특출한 사명감이 없다”며 “우리 당이 계엄을 한 대통령을 뽑았고 또 대통령의 뜻이 당에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절대 이런 식의 계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것은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도 중요하다. 우리에게 제어하는 힘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관련해서는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후보를 뽑았다”며 “과연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당인가. 이런 점에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 과정에서 민생·경제·통상 등 이슈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게 아니냐는 반성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는 “그동안 경제는 당연히 국민의힘이라는 것이 아주 분명한 구호였다”면서도 “국민의힘이 경제 분야에 대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경제 발전의 전략에 대해 확고한 비전을 가고 정책을 밀고 나가는 당인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심, 현장과 밀착하지 않고 동떨어진 점이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구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시스템으로 구축돼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들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주요 패인으로 “계엄을 옹호한 채 뻔뻔하게 표를 애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의 패배의 원인은 자신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탓이 아니라고 말하며 “(국민의힘이) 사욕이 가득한 이익집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생과 안보에 대해서는 새 정부와 큰 틀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건설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최선을 다해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전날 저녁 자신의 SNS에 “우리는 쇄신하지 못했다.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을 외치며 국민들께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3년 만에 다시 이뤄진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만함과 결정적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에도, 계엄을 반대했던 우리 속의 우리와 민주당과 야당에, 이를 옹호하는 국민 누구에게나 오명을 씌우려는 그 모든 것의 악행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계셨다”고 했다.
아울러 “청렴·정정당당한 후보는 전광훈의 광화문 단상에서 그 빛을 잃은 지 오래였고, 쇄신과 반성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계엄 옹호 세력들에게 그 길을 열어줌으로써 규합과 결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적었다.
덧붙여 “12·14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통한의 시간은 묻힌 채 질서 있는 퇴진을 줄기차게 요청한 한동훈 대표를 패륜아로, 그리고 배신자로 낙인찍었다”며 “남들은 알고 우리만 모른다. 국민을 기만하는 헛된 짓들이 있는 한, 정치도,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마저도 책임의 정치는 이제 없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문수를 통한 마지막 몸부림이 무산된 건 이준석 탓도, 내 탓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30년 봉직했던 당을 탈당한 건 대선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무망할 것으로 봤고, 이재명(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하면 내란 동조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후보 강제교체 사건으로 정당 해산 청구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당은 소멸될 수도 있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노년층과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이익집단은 미래가 없다”고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친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에게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SNS에서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 난리통에도 잘못을 고백하는 실세가 하나 없다는 건 정말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정성국 의원도 SNS에 “권성동 의원님.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 이제 정말 때이다. 오늘을 넘기지 마시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5일 오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이와 관련된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도부가 총사퇴 할 경우 새 원내대표 선출과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반대로 김 비대위원장이나 권 원내대표가 재신임 절차 등을 통해 당분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게 되면 계파 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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