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대위 회의 논쟁 끝에 '일정 취소'
의총도 당권 노린 계파 갈등만 부각
계속되는 내홍에 난망한 '대여 투쟁'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틀 뒤인 5일까지도 마땅한 수습책을 찾지 못한 채 사분오열을 거듭했다. 선거 후 첫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소집됐으나, 지도부 총사퇴 등 거취에 대한 내부 논쟁 끝에 공개 발언 한 줄 없이 해산했다. 뒤이은 의원총회에서도 반성과 혁신은커녕 당권 재편을 노리고 계파 싸움만 반복했다. 사퇴 압박을 받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뒤늦게 물러났지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 거부 의중을 드러내는 등 '당 주도권'을 둘러싼 수싸움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당 전체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 휘말리면서 대여 투쟁은 시작도 못하는 처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3대 특검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했지만 국민의힘은 기존의 당론 반대 입장을 어정쩡하게 유지하면서도, 별다른 항의성 액션을 보여주지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우왕좌왕했다.
국민의힘의 혼란상은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회의 예고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어도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통상 비대위 공개 회의 전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비공개 사전 회의에서 지도부 거취 관련 언쟁이 길어진 영향이다. 직후 의총에서 임이자·최보윤·최형두 비상대책위원과 당연직 비대위원인 김상훈 정책위의장·권 원내대표가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힌 점을 미루어보면, 전날부터 사퇴론에 유보적 입장을 밝혀온 김 비대위원장만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회의에서 15분이 지나도록 의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의힘은 뒤늦게 비대위 회의 일정 자체를 취소시켜버렸다.
의총도 당권 노린 계파 갈등만 부각
계속되는 내홍에 난망한 '대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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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정다빈 기자 |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틀 뒤인 5일까지도 마땅한 수습책을 찾지 못한 채 사분오열을 거듭했다. 선거 후 첫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소집됐으나, 지도부 총사퇴 등 거취에 대한 내부 논쟁 끝에 공개 발언 한 줄 없이 해산했다. 뒤이은 의원총회에서도 반성과 혁신은커녕 당권 재편을 노리고 계파 싸움만 반복했다. 사퇴 압박을 받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뒤늦게 물러났지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 거부 의중을 드러내는 등 '당 주도권'을 둘러싼 수싸움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당 전체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 휘말리면서 대여 투쟁은 시작도 못하는 처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3대 특검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했지만 국민의힘은 기존의 당론 반대 입장을 어정쩡하게 유지하면서도, 별다른 항의성 액션을 보여주지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우왕좌왕했다.
비대위 회의 취소, 의총에서도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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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국민의힘의 혼란상은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회의 예고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어도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통상 비대위 공개 회의 전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비공개 사전 회의에서 지도부 거취 관련 언쟁이 길어진 영향이다. 직후 의총에서 임이자·최보윤·최형두 비상대책위원과 당연직 비대위원인 김상훈 정책위의장·권 원내대표가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힌 점을 미루어보면, 전날부터 사퇴론에 유보적 입장을 밝혀온 김 비대위원장만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회의에서 15분이 지나도록 의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의힘은 뒤늦게 비대위 회의 일정 자체를 취소시켜버렸다.
대선 패배 후 이틀 만에 소집된 의총도 지도부 거취와 차기 당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점철됐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선거 패배와 당내 분열에) 무거운 원내대표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변명할 생각도 없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들도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유보적 입장을 지킨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지도부 총사퇴가 가장 깔끔한 모습"이라며 김 비대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친한계는 '조기 전대'를 띄우고 나섰다. 이날 의총에서 친한계인 조경태 의원은 "빨리 원내대표를 뽑고 한두 달 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가 계속 부각되는 이유는 당 주도권 향배와 직결되는 문제라서다. 당장 이날 오전 권 원내대표가 김 비대위원장에게 '동반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사퇴하면 비대위원장은 즉시 공석이 되지만, 권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이 공백 기간을 노려 권 원내대표가 현 당권파에 우호적인 인사를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선정하는 이른바 '알박기'도 가능한 셈이다. 김 비대위원장의 유보적 태도도 '도로 친윤만은 막겠다'는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 주류에게 쉽게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 원내대표 선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오전에 시작된 의총은 한 번의 정회를 거쳐 오후까지 계속됐다. 대선 패배 책임론과 쇄신 방안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이 이어졌지만 '9일 의총 재개' 외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 결정도 미뤄졌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 본인도 생각해보고 9일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대표(직)에 아무 욕심이 없다"며 전당대회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내홍 수습에 난망한 대여 투쟁
내홍도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대여 투쟁'도 난망하다. 이날 6·3 대선 후 처음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등 '3대 패키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에서 극구 반대해온 법안들이었지만 '저항'은 약했다. 주진우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나서 반대 토론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커녕 여당 시절 반대 의견 피력을 위해 애용했던 '피켓 규탄 시위'조차 없었다.
본회의 전 의총에선 기존 특검법 부결 당론을 폐기하고 자율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반대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는 모양이 된다"(김재섭 의원)는 취지다. 김 비대위원장과 친한계 의원 등 25여 명이 밀어붙였지만, 다수 의원의 반대로 끝내 기각됐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스스로 본회의장에 나서 찬성 표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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