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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
작년 9월 의식 없는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이를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한 30대 남성 BJ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방송에 접속한 시청자가 20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조죄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전문가는 시청 자체만으로는 범죄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신원 특정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엄기표)는 지난달 21일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 김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김씨는 작년 9월 인터넷 생중계 방송을 켠 채 의식이 없는 여성에게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은 범행 당시 수면제 계열 약물을 복용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접촉 생중계를 할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방송 송출 이유는 자극적 영상을 송출해 더 많은 시청자 접속을 유도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던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도 했다.
이 가운데 당시 인터넷 방송에 접속한 시청자가 200명이 넘었으나,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은 뒤늦게 한 사람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제보를 받고 경찰 신고에 나섰다고 한다. 피해 여성은 KBS 인터뷰에서 “(제보자가) ‘피해 사실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했다’고 하시더라”며 “(제가) 충격받을까 봐 경찰분도 다 보기를 만류하신 부분도 있다. 진짜 기억에도 없고, 영상도 보면 아예 그냥 쓰러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200명이나 내가 그렇게 될 때까지 그냥 날 놔뒀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에 성폭력 장면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시청자들에 대한 방조죄 적용 여부에 관심이 모였으나, 전문가는 현행법상 실질적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로엘 법무법인 송채현 변호사는 5일 YTN ‘사건X파일’에서 “형법상 방조는 범죄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시청 자체만으로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또한 시청자의 신원 특정도 쉽지 않아서 현실적인 수사·기소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명확한 가담 정황이 있다면 시청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먼저 댓글로 ‘더 세게 해봐라’ ‘계속 해라’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그건 교사나 방조로 볼 수 있다”며 “거기다 슈퍼챗이나 후원금까지 보내면, 단순 구경꾼이 아니라 범행에 힘을 보태고 보상까지 해 준 셈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제도 개선을 통해 플랫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작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해 불법 콘텐츠를 방치한 거대 플랫폼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유럽연합(EU)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 우리도 플랫폼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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