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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폭동"이라는 수영 금메달리스트... 고발 소식에 '형식적 사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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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폭동"이라는 수영 금메달리스트... 고발 소식에 '형식적 사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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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아시안게임 수영 금메달리스트 조희연
SNS서 5·18 비하… "헌법에 5·18? 한숨 나와"
논란 커지자 "무고한 분들께 죄송, 오해 말라"
누리꾼들 "사과도 갈라치기?"... 진정성 의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희연 전 수영선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희연 전 수영선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0년대 여자 수영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전직 수영선수 조희연(42)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비하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고발장 제출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원래 의도와 달리 확대해석된 데 따른 오해'임을 강조한 변명에 가까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발단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의 한 게시글에 조씨가 단 댓글이었다. "제가 맨날 하고 다니는 말… 5·18은 폭동이다! 반항 정신으로 똘똘 뭉친 폭동! 근데 무슨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느니 어쩌느니… 한숨만 나옴"이라고 적은 것이다. 원글 역시 5·18 당시 계엄군에 맞섰던 시위대를 '경찰 무기고를 털어 총기를 난사했던 폭도'로 규정하며 '5·18 북한 간첩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는데, 이에 적극 동조한 셈이다.

누리꾼들은 즉각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씨는 '너나 잘해'라는 제목의 별도 게시글로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으나, 선을 넘는 발언은 안 된다'고? 그 선은 누가 정하나. 너가 정하나. 그걸 선을 넘는 걸로 받아들이고 말고는 본인의 결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어차피 내 인생에 타격 하나도 없는데, 시비 걸지 말고 갈 길 가라"면서 "나 같은 하찮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말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신 분들도 더한 발언 하는 분들 아주 많이 있다"고 맞받았다.

고발장 사진 확산에... "무고한 분들께는 죄송"


조씨의 이 같은 대응 이후 SNS에서는 '고발장 사진'이 확산했다. 조씨를 5·18민주화운동특별법상 허위사실유포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실제로 고발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단 조씨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8일 스레드에 "내가 5·18 운동에 대해 '폭동'이라고 어딘가에 단 댓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듯하다"며 "5·18 사건으로 피해를 받으신 무고한 시민분들께 대단히 죄송하고, 민주주의를 외치고 돌아가신 고인분들께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적었다.

하지만 조씨는 논란의 책임을 제3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과 언급 다음에 "제가 비판하고 싶었던 부분은 그 무고하고 숭고하신 영령분들은 아님을 분명히 밝히는 바다. 극단적 댓글로 인해 오해는 마시길"이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발언을 계속 정당화한 것이다. 사과문 서두에 담긴 '상처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듯하다' '~께는 죄송하다'는 표현도 온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사과 이유나 대상을 축소·한정했다는 점에서다.

전직 수영선수 조희연이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의 한 게시글에 단 댓글. 자신은 평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스레드 캡처

전직 수영선수 조희연이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의 한 게시글에 단 댓글. 자신은 평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스레드 캡처


누리꾼들은 "진정성이 의심되는 사과"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무고한 시민분들에게만 미안하다는 건 무슨 뜻이냐" "숭고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갈라치기해서 사과를 하는 게 맞냐. 이건 사과가 아니다" "욕먹기 싫으니까 상황을 이해한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등 조씨에 대한 질타가 줄을 이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조씨는 9일 또다시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대동소이했다. "제 생각을 댓글로 적었으며, 그로 인해 오해하고 마음 많이 상하신 분들께 죄송하다" "이미 언급했지만, 저는 5·18 당시 민주주의를 외치며 돌아가신 무고한 시민분들을 지칭해 발언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저의 발언으로 무고하고 숭고하신 분들까지 폭동이라고 선동될 수 있었음에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5·18은 폭동'이라는 그의 기본적 인식에는 변함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윤 어게인' 집회 참석... SNS서 '강경 보수' 활동


조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여자 200m 접영 금메달을 딴 전직 수영 국가대표다. 당시 여자 200m 개인혼영 동메달과 여자 400m 혼계영 동메달을 함께 획득했고, 같은 해 제1회 세계청소년경기대회에서도 여자 400m 개인혼영 금메달·여자 100m 접영 금메달을 땄다. 그해 한국신기록을 18차례 갈아치워 '인어공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으며, 대한수영연맹 올해의 선수상과 대한체육회 최우수선수상 등을 받았다.

다만 최근에는 유튜버 활동을 하며 SNS에서 강경 보수 색채를 띠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지난 4월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 집회에 참석했음을 밝히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오세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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