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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이 최근 5년여 동안 대출이 연체된 취약계층의 최저생계비 수백억원을 부당 상계한 내역을 확인하고 이르면 이달 중 관련 조처와 제도 개선방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9일 금감원 설명을 들어보면, 금감원은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약 5년치 최저생계비 상계 내역을 취합해 조치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최저생계비 상계 사실을 발견한 뒤 조사 범위를 전 은행권으로 넓힌 바 있다. 금감원 당국자는 “전 은행권의 최저생계비 상계 규모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당국 안팎에선 최근 5년 기준 전 은행권의 부당 상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간 금감원은 최저생계비 상계 사안 처리 방안 검토를 지난 3월말까지 마무리하려 했으나 두 달 남짓 검토 기한이 길어졌다. 이는 최저생계비 상계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민사집행법은 ‘채무자의 한 달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시행령에 185만원으로 규정)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은 압류하지 못할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상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해준 개별 은행이 차주의 전체 금융권 예금 합산액을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연체 차주의 자기 은행 예금계좌를 일괄 압류하게 되는 현실이 당국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당국은 결국 개별 은행의 185만원 이하 예금 상계가 부당하다는 잠정결론을 최근 내렸다.
문제는 조치 방향이다. 부당 상계한 최저생계비를 고객(예금자)에 다시 돌려주라고 조처할 경우 예상되는 혼란이 있기 때문이다. 상계 자체가 대출 연체에 따라 발생한 탓에 상계한 예금을 환급 조처할 경우 갚았던 대출도 다시 살아나게 되기 때문이다. 예금자이자 대출자인 고객 입장에선 상계된 예금은 돌려받을 수 있으나 빚 상환 의무도 함께 져야 한다는 뜻이다. 환급과 빚 상환 과정에서 적용될 금리의 적정 수준을 따지는 일도 까다롭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고객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금리 산정 문제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은행 입장에서도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른 시일 내에 이런 쟁점을 정리한 뒤 이르면 이달 중 상계 규모와 조처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개정 민사집행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1인당 1개의 생계비계좌(일명 압류방지통장)을 만들 수 있다. 이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최대 185만원까지 자동으로 압류가 금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압류방지통장 홍보를 강화하고 은행의 상계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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