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용' 비화폰 불출, 3개 삭제 시도·1개 삭제
예비 6번 노상원에게 줘, 반납 후 삭제 정황
윤석열 전 대통령 '증거인멸' 관련 혐의 추가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두 차례나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망을 바짝 조이고 있다. 경찰이 전직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를 통보한 건 처음이다.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이달 5일까지 윤 전 대통령 측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1차 통보했고, 윤 전 대통령이 불응하자 2차로 '이달 12일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재차 통보했다고 밝혔다. 1차 통보 땐 올해 초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됐지만 2차 통보 땐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3명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계엄의 주요 도구로 쓰인 비화폰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 6번 노상원에게 줘, 반납 후 삭제 정황
윤석열 전 대통령 '증거인멸' 관련 혐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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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앞줄 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두 차례나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망을 바짝 조이고 있다. 경찰이 전직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를 통보한 건 처음이다.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이달 5일까지 윤 전 대통령 측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1차 통보했고, 윤 전 대통령이 불응하자 2차로 '이달 12일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재차 통보했다고 밝혔다. 1차 통보 땐 올해 초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됐지만 2차 통보 땐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3명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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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계엄의 주요 도구로 쓰인 비화폰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단은 경호처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명의로 6개의 예비용 비화폰이 불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경찰은 이 가운데 '예비용 6번' 비화폰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사용했고 반납 직후 통화 내역 등이 삭제됐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예비용 6번 비화폰은 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김 전 장관 연락을 받은 김성훈 차장이 불출했다. 경호처 실무진이 이미 5개의 휴대폰(예비용 1~5번)이 김 전 장관 명의로 사용되고 있어 더 이상 내주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김 차장이 "그럼 차장실로 줘라"고 해서 이 비화폰의 사용자 이름은 불출대장에 '차장실 부속실'로 기록됐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이 비화폰을 사용한 뒤 김 전 장관에게 돌려줬고 김 전 장관이 반납했다. 그런데 반납 다음 날인 12월 5일 내역이 삭제된 것이다. 또 김 전 장관은 예비용 6번 비화폰을 반납하며 다른 비화폰으로 바꿔 달라고 경호처에 요청해 받아간 뒤 지난해 12월 8일 검찰 자진 출석 직전까지 썼다. 국방부 장관 명의로 지급된 비화폰은 12월 5일에 반납했는데 별도의 예비용 비화폰을 받아 며칠 더 사용한 셈이다. 특히 검찰 출석 이틀 전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통화할 때 이 예비용 비화폰이 사용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통화 내용을 감추기 위한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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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이후 비화폰 삭제 정황. 그래픽= 김대훈 기자 |
이 밖에도 삭제 의혹을 받고 있는 비화폰 가운데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지급한 것들이 더 있다. 예비용 1,2,3번으로 불출된 비화폰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2024년 4월 26일 건네졌다. 나머지 2개 비화폰도 다른 군 관계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처 내부에 비화폰 불출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이 책임자인 처장이 승인하면 가져다 쓸 수 있는 구조라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찰에 "군 관계자들은 경호처 비화폰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당시 처장이었던 김 전 장관 지시로 지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계엄을 8개월 전부터 준비한 정황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경찰은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을 사용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 군 사령관들과 통화한 기록도 확인했다. 비화폰은 녹음이 불가능해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등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조 청장이나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정황이다.
조소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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