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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싸? 말아?…李 대통령 '부산 이전' 지시에 해수부 '뒤숭숭'

뉴시스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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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장, 이재명 대통령에 '3대 특검' 임명 요청
李 대통령, 부산 북극항로 거점 개발·지역 균형 발전 위해 이전 필요
"행정 업무 비효율·다른 부처 협업 난감"…해수부 공무원 86% 반대
지역 갈등 '불씨' 세종·인천 공개적 반대…"충분한 사회적 논의 중요"
해양수산부. *재판매 및 DB 금지

해양수산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빠르게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해수부 내부는 뒤숭숭하다. '해수부 부산 이전' 방침에 따라 거취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하다 보니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행정부처를 한곳에 집결해 행정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세종 행정수도 완성'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세종시와 인천시는 각각 '행정수도 역행'과 '인천 홀대'라며 반발하는 등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으로 보이는 데다, 10대 공약에 포함됐던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정책 일관성에도 저해된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부 부산 이전은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 부산 이전, '북극항로 거점 개발·지역 균형 발전' 명분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빠르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취임 이튿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강조하면서 핵심 공약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산 유세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 추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북극항로 거점 개발과 해양산업이 집적된 ‘해양 수도 건설’과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달 14일 부산을 찾아 부산을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며 해수부와 해운 전문기업 HMM의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그는 "국가기관은 원래 여기저기 찢어 놓으면 안 되지만 해수부는 업무 거의 대부분이 해양 수산"이라며 "해수부만큼은 부산에다가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지원해 후방 산업도 키워야 한다. 그 핵심이 해운회사"라며 HMM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HMM은) 민간 회사이지만 정부가 (자금을) 출자했으므로 마음먹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은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8일 공개된 정책 공약집에는 HMM 본사 부산 이전이 빠지면서 부산 표심을 잡기 위한 '퍼주기 공약'이라는 논란을 빚었다. HMM 부산 이전은 ‘100대 기업 유치’에 포함돼 있다고 해명을 내놓았다.

해수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산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고,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해수부는 부처 이전과 관련된 법적 절차와 규정을 등을 검토하고, 행복청에 유권해석을 받아 부처 이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05.1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힘없는 부처의 설움"…행정 업무 비효율·다른 부처와 협업 난감

해수부 공무원들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과 주거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과장급 공무원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결사반대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 부처와 협업이 어려워지고, 행정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에 정착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서울에서 세종으로 내려왔고, 자녀들 학교부터 이미 세종 생활에 적응했는데, 부산으로 또 옮기라고 하니 막막하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 때마다 부처 이전 문제가 거론되는데, 힘없는 부처의 설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행정 업무처리의 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해수부는 해양 수산과 관련한 정책 수립 및 추진을 비롯해 예산 집행 등을 총괄하는 중앙부처로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다른 부처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며 "부산에는 이미 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가 있고, 해수부가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북극항로 거점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수시로 만나고,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으로 국회 출입이 잦은 데다, 정부 기관들의 회의가 여전히 세종과 서울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수부만 부산에 있으면 행정적 업무처리가 행정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추진한 세종시 행정수도와도 결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수부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19개 행정부 기관 중 하나로, 장·차관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수시로 관계 부처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2013년 해수부가 재건될 때 물망에 올랐던 부산이나 인천 등 해양 도시가 아닌 세종으로 최종 입지가 결정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해수부 공무원노동조합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86%가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들은 이전에 따른 주거 비용이나 거주지 문제, 자녀 전학 등 갑작스러운 정주 여건 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 세종·인천 반발…"사회적 논의 과정 거쳐야"

이 대통령의 지시로 해수부 이전 검토가 본격화됐지만, 지자체, 주민 간의 의견 조율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부산 여론은 숙원인 해수부 이전을 간절히 바라지만, 세종과 인천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선 이틀 만에 충분한 후속 검토 없이 내려진 해수부 조속 이전 지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전 지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최 시장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충분한 논의와 관련 부처 간 충분한 협의 등 만반의 준비를 거쳐 이행하는 것이 통례"라며 "해수부 부산 이전은 정부부처 하나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그치는 단순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세종시 지역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영향과 행정수도로서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 시민의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삶의 문제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해수부의 조속한 부산이전 지시를 철회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방분권은 해수부 이전처럼 각 지역에 부처를 나눠주자는 식의 단순한 분산 정책으로 달성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부산항의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움직임은 수도권과 동남권을 대표하는 인천항·광양항은 홀대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해수부 부산 이전은 지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항만 자치권을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 부산 이전 문제가 지역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정부 부처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와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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