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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미사일 못 만든다… 美가 中 독점 희토류에 안달난 이유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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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미사일 못 만든다… 美가 中 독점 희토류에 안달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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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와 합금한 사마륨-코발트 자석, F-35에 약 25㎏ 들어가
비행 제어ㆍ레이더ㆍ전자전 시스템ㆍ전기 모터 등에 필수적
중국은 4월 초부터 미 첨단무기에 필수적인 7개 희토류 원소 수출 통제
미국의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탱크 등 주요 군사 장비 생산이 중국이 채광ㆍ정제하는 희토류 금속 7종 통제에 의해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미 군사매체 디펜스 원 등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4월4일 사마륨ㆍ가돌리늄ㆍ터븀ㆍ디스프로슘ㆍ이트륨 등 자국이 사실상 100% 채광과 정제를 독점하는 희토류 원소 7종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입 관세를 145%까지 올린 데 대해 보복 조치였다.

8일과 9일 런던에서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해 집중돼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고 “그가 희토류를 다시 수출하기로 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베이징 인민대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진찬룽은 “미국이 희토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달이 났고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와 제트 엔진 수출을 통제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이 희토류 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원소(REEㆍRare Earth Elements)는 명칭과 달리 그렇게 ‘희소’하지 않고 전세계에 분포돼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단독 원소로 존재하지 않고, 광물 속에 다른 희토류 원소들과 강하게 결합돼 존재한다. 따라서 희토류 광물을 채광한 뒤, 100여 단계의 화학 공정을 통해서 특정 원소를 분리ㆍ정제해야 한다.

중국은 17개 희토류 원소 중에서도, 자국이 전세계 ‘정제(refinement)’ 능력을 100% 독점하며, 미국의 방위산업, 특히 차세대 전투기용 고성능 자석 등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 7종에 대해서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통제했다. 다른 나라들도 정제를 하는 나머지 경(經)희토류는 수출 통제를 취하지 않았다.


이 7종의 희토류 원소들은 미국의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이다. 특히 사마륨은 전적으로 군사용으로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고열(高熱)을 견디며 강력한 자력(磁力)을 유지하는 희토류 원소인 사마륨-코발트(SmCo) 자석은 전투기 제트 엔진, 항공요 전기 모터, 레이더 시스템, 유도 미사일, 전자전 장비 제조에 꼭 필요하다. F-35에는 약 25㎏의 사마륨이 들어간다.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미사일의 노즈 콘(nose cone)처럼 비좁은 공간에서 고속 회전하는 전기 모터의 열을 견디는 데도 필수적이다. F-35에는 대당 모두 417㎏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트럼프가 지난 3월 F-22 랩터를 이을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발표한 F-47에도 사마륨을 비롯한 7종의 희토류 원소가 수십~수백 ㎏ 들어간다. 트럼프가 제6세대 스텔스 전투기 F-47 개발을 발표한 지 2주 뒤에, 중국은 중(重)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가 수출 통제를 한 7종 희토류에 포함된 디스프로슘과 터븀이 포함된 자석은 자동차 브레이크와 조향 시스템에 사용된다. 두 원소가 들어간 자석은 가솔린 엔진이 내는 열을 견딜 수 있지만 군사적 목적의 장치가 내는 열은 견디지 못한다.

4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마륨 공급 중단은 또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첨단 무기 재고를 재비축해야 하는 시기와도 맞물렸다. 이들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미사일 등 첨단 무기의 비축분이 크게 줄었다.

◇왜 중국이 정제를 독점하게 됐나


미국과 유럽의 군수업체들은 1970년대부터 프랑스 라로셸에 있는 화학공장에서 사마륨을 정제했다. 원료는 호주에서 채광한 광석이었다. 그러나 1994년 이 공장은 환경오염 문제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려 문을 닫았다.

중국 내몽골의 바오터우의 정제 공장이 느슨한 환경 규제 속에서 채광ㆍ정제하는 사마륨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미 국방부 규정은 군사용 자석의 주조(鑄造)는 미국이나 우방국에서 하도록 했지만, 자석의 원료가 되는 사마륨은 출처를 따지지 않았다. 당연히 값싼 중국산이 지배하게 됐다.

이 공급망에 경종을 울린 것이 2010년 말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이었다. 중국은 희토류 17종 전부에 대해 두 달간 대일(對日) 수출을 중단시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약 10억 달러를 들여 2014년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패스에 있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복구ㆍ확장해 재가동시켰다. 그러나 이 광산은 이전에도 사마륨을 원광(原鑛)에서 분리ㆍ정제하는 시설은 없었고, 복구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희토류 원소가 포함된 원광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했다. 이 광산은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1년 뒤 파산했다.

◇“미국은 이제 희토류 1종에 실험실에서 샘플 생산 성공”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고위 당국자들은 사마륨 공급 ‘병목’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새로운 민간 기업이 마운틴 패스 광산을 인수해 2018년 채광을 재개했지만, 광석은 여전히 중국으로 보내 정제 가공을 의뢰했다. 2022년 미 국방부는 이 미국 민간기업과 호주 기업을 지원해 텍사스에 사마륨 정제 공장을 짓도록 했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사마륨의 작은 시장 규모와 가격경쟁력 등을 이유로 결국 정제 공장을 짓지 않았다. 결국 미국 방위산업은 사마륨 공급을 100%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지난 4월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한 분석에서 “작년에 미 국방부가 2027년까지 모든 국방 수요를 충족할 희토류 광산 개발에서 생산까지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히 구축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지난 1월 한 민간 기업이 실험실 수준의 디스프로슘(희토류) 산화물을 처음 생산한 정도”라며 “채광 및 가공 역량 개발은 장기적 노력이 필요해 미국은 당분간 이 분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 방위산업, 희토류 외 핵심 5개 광물 공급량의 88%도 중국 영향권

희토류가 아니어도, 미 국방부는 장갑관통탄에 쓰이는 텅스텐, GPS 시스템과 레이더에 쓰이는 갈륨 등 5개 핵심 광물(안티모니ㆍ갈륨ㆍ게르마늄ㆍ텅스텐ㆍ텔루륨)도 중국 경유 공급망으로 조달한다.

미국의 정보 분석업체인 고비니(Govin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900여 무기 체계 중 8만여 부품이 5개 광물에 의존한다. 국방부 전체 무기 체계의 78%가 중국의 공급망 교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 해군의 의존도가 가장 높아, 91% 이상 시스템에 최소 한 개 이상의 핵심 광물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또 원광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 후 부품 형태로 재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군사매체 디펜스 원은 그러나 “베이징이 2024년 텅스텐과 텔루륨에 대한 수출 금지를 확대하면서 이 공급망 고리가 닫혔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호주산 안티모니도 중국에서 정제되면, 미국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미 억지력, 달러ㆍ병력 규모 아닌 희귀 원소 부족에 직면할 수도”

고비니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 핵심 광물 공급망의 88%가 중국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F-16 전투기, 얼리버크급 구축함, 미니트맨 III ICBM 미사일 등 핵심 무기 플랫폼에 사용되는 안티모니는 거의 전량이 중국 정제 과정을 거친다. 중국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공급받을 수 있는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이밖에, 미국의 항공기 동체와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마그네슘, 로켓 추진제·레이저·핵연료 가공에 중요한 흑연과 형석도 중국이 지배하고 있고 미국은 비축 물량이 없다.

이 보고서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이라는 이 전략적 취약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의 억지력은 달러나 병력 규모가 아니라 원소(희귀 자원)의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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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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