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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상견례서 말 꺼내기 어렵고, 마땅한 '카드'도 없고..." 상법 개정안 고민 깊어지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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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상견례서 말 꺼내기 어렵고, 마땅한 '카드'도 없고..." 상법 개정안 고민 깊어지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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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서 대립각 세울 수 없고"
"대통령 공약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없어"
"국회 본격 논의 시점도 불분명, 갈피 못 잡아"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2024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대한 경제 8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2024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대한 경제 8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던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는데도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재계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여러 차례 입장문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 열릴 예정인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5대 그룹 회장 및 6개 경제 단체장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취임 직후 이뤄져 상견례 성격이 강하니 민감한 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와 경제단체 대표가) 당선 이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데 대립각을 세우는 건 어색할 것”이라며 "잘 해보자는 얘기가 오가는 자리"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관련 8개 단체는 상법 개정안이 2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제1 소위를 통과했을 때,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각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올 경우 공동 입장을 낼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어차피 새 정부가 하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으니 특별한 액션 플랜이 없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또다시 반대 입장을 내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 경영계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회 상황도 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란 설명이다. 당초 상법 개정안은 이번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도 아직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니 법사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논의할지도 확실히 알기 어렵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소위를 거친 다음 일사천리로 본회의로 갈지, 법사위 논의가 이뤄진 뒤 본회의로 갈지도 정해지지 않아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상황 자체 두고 보며 공동대응 논의"



이재명(왼쪽 네 번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당시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왼쪽 네 번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당시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경제 단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개별 기업들은 따로 대책을 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과감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 합병, 대규모 투자 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개정안은 대규모 상장사에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개별 기업이 '사외이사 임기 쪼개기' 등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뒤 추가 보완 입법이 있을 때 재계가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새 정부 등장 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내기에 부담이 덜한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뭔가 호소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상황 자체를 좀 더 두고 보며 공동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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