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팀에 '우선 채굴권' 보장한 카자흐 정부…최근 소송서 패소
카자흐 오그네브스키社, 리튬 부존 지역 매물 내놔
지질자원연 "몽골, 우즈벡 등과 자원 교류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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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 연구팀은 2023년 6월부터 카자흐스탄 바케노를 방문해 리튬 페그마타이트 부존 지역의 잠재 자원량을 평가했다.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
2차전지의 핵심원료인 리튬이 묻혀있는 카자흐스탄의 채굴 우선권을 얻으려던 국내 연구진의 시도가 불발될 위기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가 최근 바케노 지역 광구 4곳의 하층토 사용권을 민간으로부터 회수하기 위한 행정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정부 승소 후 본격 채굴이 시작되면 해당 지역의 채굴우선권을 한국 연구팀에게 부여할 계획이었다.
현지 연구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자원연)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2심, 3심에서 연달아 패소하며 바케노 지역 광구 4곳의 하층토 사용권을 카자흐스탄 민간기업이 계속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하층토 사용권은 광구 아래 있는 땅을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한국은 지표면에서 조사를 벌이는 '광구 조사권'만 갖고 있었다. 본격적인 채굴 사업을 시작하려면 지표 조사가 아닌 실제 땅속에 묻힌 자원 부존량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하층토 사용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질조사 단계부터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기술을 주고받은 한국에 채굴 우선권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지질자원연 연구팀은 2023년 6월부터 카자흐스탄 국영광물 기업과 바케노 지역 공동 연구를 수행해왔다.
바케노는 카자흐스탄 동부의 리튬 페그마타이트(광물을 함유한 암석) 부존지역이다. 바케노 지역 리튬 추정 매장량은 약 345만톤(t)으로, 달러 환산 시 그 가치가 약 142억 달러(약 19조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다만 바케노 지역 유력 광구 4곳의 하층토 사용권은 민간기업인 오그네브스키가 보유하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는 오그네브스키가 광구의 광업권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하층토 사용권 회수를 위한 행정소송을 벌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소를 예상했지만, 현지 법원은 민간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지질자원연 관계자는 "오그네브스키가 최근 해당 지역을 수조원대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리튬을 포함해 각종 유망 자원이 광범위하게 묻힌 지역인만큼 높은 가치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연구팀과 국내 기업의 카자흐스탄 리튬 채굴우선권 확보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가 핵심광물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력을 다각도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자원 부국인 몽골, 우즈베키스탄과 희토류, 리튬 등의 채굴을 위한 기술 교류를 이어가는 한편 카자흐스탄 정부와도 올해 구리 채굴을 위한 새로운 협력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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