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돌봄연대, 필리핀 가사노동자 21명 인터뷰
"4명 성추행 당했다"···고용부 "확인 안 돼" 반박
'고임금' 논란 있었지만 현실은 실수령 118만 원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 주도로 졸속 추진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 중 일부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지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당초 계약인 '아이 돌봄' 대신에 청소와 빨래 등 온갖 가사를 떠맡는 것은 물론 시부모·반려견 돌봄, 이용자의 영어 공부를 위한 영어 회화 연습까지 요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개최된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목소리'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외부 접촉이 단절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과 만날 방법을 오랜 기간 모색한 끝에 올해 4, 5월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 21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발표에 나선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노동자 한 명이 고용업체와 이용자 가족, 아이, 때로 시부모와 강아지까지 상대해야 하는 '일 대 다수'의 위계적 고용 관계에 놓인 상황"이라면서 "아이에 대한 영어 교육은 기본이고 아기가 자는 시간 동안 고용주(부모)와 영어 회화까지 할 것을 강요받아 거의 쉴 시간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4명 성추행 당했다"···고용부 "확인 안 돼" 반박
'고임금' 논란 있었지만 현실은 실수령 11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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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
"코리안 드림을 거의 포기했어요. (6개월간 가사관리사로 일하면서) 실망스러운 일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지금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 다시 희망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시민단체와 익명 인터뷰에 나선 한 필리핀 돌봄노동자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 주도로 졸속 추진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 중 일부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지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당초 계약인 '아이 돌봄' 대신에 청소와 빨래 등 온갖 가사를 떠맡는 것은 물론 시부모·반려견 돌봄, 이용자의 영어 공부를 위한 영어 회화 연습까지 요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개최된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목소리'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외부 접촉이 단절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과 만날 방법을 오랜 기간 모색한 끝에 올해 4, 5월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 21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발표에 나선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노동자 한 명이 고용업체와 이용자 가족, 아이, 때로 시부모와 강아지까지 상대해야 하는 '일 대 다수'의 위계적 고용 관계에 놓인 상황"이라면서 "아이에 대한 영어 교육은 기본이고 아기가 자는 시간 동안 고용주(부모)와 영어 회화까지 할 것을 강요받아 거의 쉴 시간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또 파악된 것만 성추행 사건이 4건 발생했으나,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들이 업체 등에 직접 보고한 건 아니고, 동료 노동자들의 연대회의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났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협박·성추행 여부는 가사관리사 대표나 필리핀 출신의 통역 직원을 만나 확인했으나 발생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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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목소리'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최나실 기자 |
비싼 서울 강남 숙소비 등으로 인해 이들이 실제로 받는 월 실수령액은 118만 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노동자는 도리어 본국에서 생활비로 월 30만~40만 원을 보조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사업 추진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238만 원'을 지급하는 게 과도하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현실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 2곳 중 1곳에서 고객의 만족도 평점에 따라 초단기 계약을 맺고, 이를 무기로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는 기본적인 체류기간이 3년인데,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 일부는 3개월, 6개월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근로계약은 곧 체류(비자) 자격과 직결되기에, '일을 못하면 출국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호응하면서 추진됐다. 100명 규모의 필리핀 여성 노동자가 입국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참여했고, 현재 88명만 남아 시범사업이 연장돼 진행 중이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24~38세 여성으로 4~6개월 교육을 받아 '돌봄 전문 자격'을 취득한 이들이다. 본국에서 수개월 동안 간호, 기초 약리학, 질병 관리 등 돌봄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았다.
구철회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가사관리사들은 취약성이 극대화된 을에 위치에 놓여 있다"면서 "사업주에게만 고용 연장 권한이 주어진 것도 심각한 문제로 불안정한 체류 기간으로 종속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나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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