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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이름의 공연

머니투데이 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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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이름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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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무대미술가, 홍익대공연예술대학원교수)

박동우(무대미술가, 홍익대공연예술대학원교수)



우리가 살면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공연은 무엇일까. 조용필 쇼? 올림픽 개막식? 탄핵집회공연? …. 대통령 취임식도 초대형 공연 중 하나다. 최근 이재명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이 있었다. 당선 확정일에 취임하는 비정상적인 일정 때문에 정식 취임식 대신 간소한 취임선서식만 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공연이라는 관점으로 돌아본다.

# 제1~7대 : 중앙청 시대

중앙청은 조선총독부 청사로 1926년 완공된 후 일장기, 성조기, 태극기, 인공기, 유엔기가 번갈아 걸린 영욕의 건물이며 중앙청이라는 명칭은 미군정청 캐피탈 홀을 번역한 것이다. 1948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취임식은 중앙청 앞에서 개최됐다. 현재의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 해당하는 이 공간의 수용규모는 3000명 정도로 추정되나 광화문이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담장 너머로도 취임식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승만은 1952년 재선, 1956년 3선 대통령으로 이곳에서 취임식을 했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1963년 직접선거로 당선된 제5대 대통령 박정희의 취임식도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재선, 3선 후 취임식도 역시 이곳에서 치렀다. 중앙청은 1986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다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철거됐다.

# 제8~12대 : 체육관 시대

1972년 박 대통령은 10월유신이라는 이름의 쿠데타로 국회를 해산하고 직접선거를 폐지했다. 그리고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간접선거인단에 의해 99.9%의 찬성으로 제8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곳에서 취임식을 했다. 그는 6년 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취임식을 했다. 18년의 장기집권을 끝낸 10·26 사건 후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상태에서 간접선거로 당선된 최규하 대통령의 취임식도 장충체육관에서 간소하게 치렀다. 이듬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체육관선거로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8800명의 참석자 앞에서 대통령찬가와 함께 취임식을 했다. 1981년 제12대 대통령 취임식의 장소와 주인공도 그대로였다.

# 제13~21대 : 국회광장 시대


1988년 직접선거로 선출된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은 처음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국회광장에서 개최됐다. 장소가 넓어져서 2만5000명이 참석하고 예포발사와 국악이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이후 같은 장소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참석자 수도 늘어 최대 7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 제19대, 제21대 : 국회 '로텐더홀'

전임자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은 취임식을 준비할 기간이 없어 2017년 5월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 위주로 행사를 간소화했다. 로텐더홀은 국회의사당의 3층에 있는 방인데 원형 홀이라는 뜻의 'rotunda'를 잘못 읽어서 생긴 이름이다. 사실 그 방은 원형도 아닌 사각형이다. 2022년 국회에서 취임한 윤석열은 2024년 국회를 유린하다 실패하고 결국 파면됐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은 2025년 6월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식만 했다.


5년 후의 취임식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회광장은 취임식을 치르기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 광장 중앙선에 큰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시야를 방해하고 관객을 강제로 좌우로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과 비교하면 그 단점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미래의 취임식을 위해 광장 중앙선에 도열한 나무를 광장 옆으로 옮기면 좋겠다. 그리고 이참에 로텐더홀이라는 이상한 이름도 바꾸면 좋겠다.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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