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美 올인 외교’로 북·중·러 밀착
G2 사이에서 한쪽 편만 드는 건 단견
한·미 동맹 큰 틀 속 안보 의존 버려야
北 체제붕괴 목매지 말고 ‘공존’ 모색을
주한미군 역할, 대중견제 성격 강해져
유사시 대비 한국군 전작권 반환 필요
트럼프 ‘에고’ 충족시켜 협상 활용을
한·미·일처럼 한·중·일 협력 노력해야
G2 사이에서 한쪽 편만 드는 건 단견
한·미 동맹 큰 틀 속 안보 의존 버려야
北 체제붕괴 목매지 말고 ‘공존’ 모색을
주한미군 역할, 대중견제 성격 강해져
유사시 대비 한국군 전작권 반환 필요
트럼프 ‘에고’ 충족시켜 협상 활용을
한·미·일처럼 한·중·일 협력 노력해야
“전 정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국에 ‘올인’했다. 큰 맥락에서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되 중국, 북한,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6개월 동안 동면한 정상 외교가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불과 10여일 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전 세계에 알린 신호탄이라 하겠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 정부의 외교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신봉길(69) 한국외교협회장은 정책의 ‘연속성’과 ‘변화’를 나란히 주문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는 계속 이어감과 동시에 윤석열정부를 거치며 사이가 나빠진 나라들과의 외교에선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외무고시(12회)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간 신 회장은 주유엔 대표부, 주일 대사관 등에서 일하고 주중 대사관 공사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지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월 주인도 대사로 임명돼 2021년 6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전·현직 외교관 등 2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외교협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외교협회 사무실에서 신 회장과 만나 한국 외교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12·3 비상계엄 사태 후 6개월 동안 동면한 정상 외교가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불과 10여일 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전 세계에 알린 신호탄이라 하겠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 정부의 외교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신봉길(69) 한국외교협회장은 정책의 ‘연속성’과 ‘변화’를 나란히 주문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는 계속 이어감과 동시에 윤석열정부를 거치며 사이가 나빠진 나라들과의 외교에선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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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 대사를 역임한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장차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 겸 시장이자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의 맹주”라면서 새 정부를 향해 “인도와의 관계를 중시해야 하며, 그를 위해 문재인정부 때의 ‘신남방 외교’ 정책 부활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문 기자 |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외무고시(12회)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간 신 회장은 주유엔 대표부, 주일 대사관 등에서 일하고 주중 대사관 공사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지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월 주인도 대사로 임명돼 2021년 6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전·현직 외교관 등 2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외교협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외교협회 사무실에서 신 회장과 만나 한국 외교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얘기가 많이 나온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보다는 대중 견제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주한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에 너무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분쟁에 말려드는 경우에 대비해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은 우리가 가지는 것이 옳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우리나라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 아닌가.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40여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하며 숱한 협상을 했을 텐데 협상 파트너로서 트럼프를 평가한다면.
“트럼프는 에고(Ego·자아)가 어마어마하게 강한 사람이다.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할 때에는 반드시 그의 에고를 만족시켜야 한다. 트럼프를 상대로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지양함이 옳다. 과거 김대중(DJ)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DJ가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에 관해 가르치려 들자 부시가 ‘디스 맨’(This man·이 사람) 운운하며 반발하지 않았던가.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그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에고를 충족시키는 것이 먼저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며 ‘국익 기반의 실용 외교’를 표방하지 않았나. 이 대통령이 앞서 ‘필요하면 (트럼프의)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말했는데, 굽힐 때는 굽히는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지난 윤석열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국가들과 밀착하는 ‘가치 외교’를 지향했다. 이는 한·미동맹 강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는지 몰라도 중국, 북한, 러시아 등과는 더욱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신 회장은 “서방의 자유주의 가치라는 것의 기반도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요즘 같은 난세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라는 허상에 매달려 외교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외교관 시절 중국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한·중 관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말의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 정부는 대만해협과 관련해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계엄 사태 당시 마치 중국이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지목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 대사는 또 어땠나. 야당 지도자 앞에서 ‘미국에 베팅(판돈 걸기)을 했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았나. 외교관으로서 기본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만 드는 것은 단견이다. 때로는 양쪽 모두에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에 이어 다음에는 대만해협 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 대륙 세력인 청나라와 해양 세력인 일본이 청일전쟁을 벌였을 때 한반도가 전쟁터가 됐다. 중국은 여전히 대륙 세력이고 미국은 해양 세력이다. 지금 청일전쟁 당시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교가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 다음가는 ‘슈퍼 파워’인데 그걸 무시하고 외교·안보가 되겠는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잘 관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어느 한쪽에만 치우칠 수는 없다.”
―2011년 서울에 창설된 국제기구인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한·미·일 3국 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 공동체인 한·중·일 3국 협력이다. 3국 정상회의 역사만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세 나라 간에는 TCS를 비롯해 이미 여러 분야의 협력 구조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올해는 일본에서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새 정부가 한·중·일 3국 협력을 중시하길 바란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파괴를 명분 삼아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이에 맞서 이란은 다량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스라엘에 보복하는 등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2007년부터 3년간 주요르단 대사를 지낸 신 회장은 심상치 않은 중동 정세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커다란 한(恨)을 남겼다”며 “군사력으로 단기간 압도했을 수는 있어도 큰 전쟁에서는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도 독립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보나.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에고 그리고 러시아 국민의 국가적 자부심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물론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양국의 역사적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이탈하는 길을 택하려 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머지 오판했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나폴레옹 전쟁도, 제2차 세계대전도 러시아의 승리로 끝났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통해 서방 편으로 가려는 것을 러시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단견이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만족시켰는지 몰라도 푸틴의 자존심을 엄청나게 건드렸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북·러 밀착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증을 버리고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옳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는 공존의 입장에서 풀어가야 한다. 윤석열정부를 비롯한 역대 보수 정권은 늘 ‘북한 붕괴론’에 빠져들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북한도 언젠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봉기 등으로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남북이 공존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대북 확성기 가동을 중단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끝으로 후배 외교관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외교관들이 정권 교체 때마다 많이 흔들리는 듯하다. 외교관이라면 정권과 관계없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오직 국가와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눈치나 보면 외교관으로서 인생이 너무 허무할뿐더러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자존감을 갖춘 그런 외교관이 되어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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