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건희 여사. photo 공동취재 |
현직 변호사로서 수년째 법조를 취재해왔습니다. 뉴스 속의 법 이야기를 알기 쉽고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법 없이도 사는 법 구독하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혹을 수사중인 서울고검이 김 여사가 주가 조작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육성이 담긴 파일 수백 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수사에 대해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검찰은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2009년~2012년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수백 개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이 파일에는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블랙펄에 계좌를 맡기고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가 당초 주장과 달리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2차 주가 조작 주포인 김모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종호 전 대표 등이 시세조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사건 수사는 문재인 정권 시절 시작해 시작해 총 4년 6개월간 진행됐습니다. 그 동안 이런 파일을 찾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1년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 명의 계좌 6개가 개설된 증권사 (신한투자·DB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DS증권·한화투자)서버를 압수수색해 김 여사와 증권상 담당 직원과의 통화 녹음을 압수수색할 당시 미래에셋만 제외됐었다고 합니다.
미래에셋의 경우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있었던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거래가 전화주문이 아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작년 10월 김 여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가장 강하게 의심받았던 거래는 2010년 10월 28일 10만주, 11월 1일 8만주 거래였습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주포’들 간에 ‘지금 처리하라고 전화 주실 듯’ ‘3300에 8만개 때려 달라’등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와 이들 주포들간의 대화는 없었고, 김 여사와 권 전 회장은 모두 혐의를 부인해 무혐의 처분이 이뤄졌었습니다.
그런데 재수사를 맡은 서울고검 수사팀에서 기존 수사팀이 다루지 않은 부분을 수사하면서 미래에셋 통화 녹취를 찾아냈습니다. HTS거래에만 주목해 음성파일 확보를 놓친 것입니다. 기존 수사팀이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4년 6개월이라는 수사기간을 고려하면 ‘부실수사’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로 발견된 ‘블랙펄에 계좌를 맡기고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녹취를 주가조작의 증거로 볼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법적으로는 수익 분배 약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익 분배 약정이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유형은 일반적으로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해 거래 시세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기 위한 행위 타인을 기망하여 매매를 유도한 경우 등입니다. 수익 분배 약정이 주가조작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수익분배를 미끼로 자금을 유치했고 이후 인위적 시세조종이 있었으며 김 여사가 이런 사정을 알아야 하는 추가적 정황이 더 나와야 할 듯 합니다.
반면 “손실이 발행해도 보전해 주겠다”는 내용의 손실보전 약정의 경우 주가조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집니다.이런 손실보장약정은 작전세력이 자금을 끌어들이거나 차명계좌를 확보하는 장치로 종종 활용되고, 투자금이나 계좌를 확보한 후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 여사는 단순한 권오수 전 회장 측에 계좌를 맡긴 전주(錢主)의 지위에 있고, 주가조작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증거가 나온 만큼 적어도 ‘일임매매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다’는 주장의 신빙성은 깨질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40% 수익분배’외에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 내지 방조로 기소할 만한 추가 증거가 더 나올지는 앞으로 이뤄질 특검 수사를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