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개입이 초래한 강력한 민족주의
심각한 위기에도 체제 유지돼온 배경
"이스라엘 지치게 만들고 미 끌어들인다"
심각한 위기에도 체제 유지돼온 배경
"이스라엘 지치게 만들고 미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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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체재 붕괴를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5.6.20. |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올해 86세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영공을 완전히 장악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핵심 군 인사와 핵과학자들이 여럿 살해되고 주요 핵시설과 군 시설, 주요 에너지 시설이 파괴됐다.
중동 지역 미군은 이란 핵무기 보유 야망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한 공격 계획을 완성한 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메네이가 통치해온 지난 36년 동안 이란은 강압 통치 속에 활기를 잃었고 2012년 이래 국내총생산(GDP)가 45% 줄어드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이란 국민들의 불만도 어느 때보다도 팽배해진 상태다.
이스라엘은 당초 공격 목표였던 핵능력 제거를 넘어 이란 체제 붕괴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수도 테헤란의 시민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이란의 이슬람 체제가 과연 무너져 내리게 될까?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각) 이슬람 공화국의 생존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카림 사드자드푸드 연구원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썩은 이빨과 같아서 뽑힐 날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말기의 소련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과거에도 통치 위기를 겪은 적이 있으며, 그때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왔다.
현 정권 강력한 탄압으로 위기 여러 번 넘겨
2009년, 수백만 명이 대통령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을 때 국가 공인 폭력배들이 존엄성과 자유를 요구한 용감한 여성들을 폭행했다. 며칠 동안 칼날 위에 서 있던 정권은 철저한 무자비함으로 살아남았다. 많은 시위자들이 고문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동안에 2009년과 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몰락한 정권을 수습할 대체 지도자도 없다.
하메네이는 여전히 단호한 입장이다. 트럼프의 무조건 항복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반세기 전 이슬람 혁명 이래 정권 지지자들은 매주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쳐 왔다.
이슬람 정권에 의해 투옥됐던 사람들도 일부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한 반감을 보인다.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공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란의 이웃 국가들인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이스라엘이 모두 핵보유국이다.
2016년 투옥됐던 마슈하드대 사다그 지바칼람 교수는 “정권에 반대한다고 조국이 침공당한 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침묵할 수도 침략자를 지지할 수도 없다”고 이란 신문에 썼다.
정권 비판자조차 이스라엘 공격 비난
이스라엘이 폭격한 이란 국영 방송 아나운서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연설을 중단한 일을 두고 이란 국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차도르 차림의 아나운서가 방송을 중단한 것에 환호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를 비판했다가 투옥됐던 역사가 호세인 데흐바시는 “빌어먹을 이스라엘! 내가 지금 국영 방송을 지지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선제 행동”으로 시작됐다.
이제 트럼프가 “종전, 진짜 종전, 휴전이 아니라 진짜 끝”을 이야기하고 있고, 네타냐후는 정권 붕괴가 목표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이 생존한다면 다시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은 가장 강력한 민족주의의 상징이 돼왔다. 이란의 강력한 민족주의는 거듭된 외세 개입이 초래한 것이다.
현재로선 이란 지도자들이 탈출하려는 조짐은 없으며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슬람 공화국을 끝장낼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지도자 탈출 조짐 없어
이슬람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전례가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군사력으로 이란 정권을 바꾸려는 시도는 큰 잘못이다.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과 미국이 무력으로 이란 정권을 전복시킨다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청이 커질 것이다.
나아가 이슬람 공화국의 생존 의지를 과소평가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대학원 발리 나스르 전 학장은 “이슬람 공화국이 살아남아 이스라엘을 지치게 만들고, 미국을 원하지 않는 갈등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개입한다면, 이란 국민들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란 국민들은 미국과 이란이 충돌해온 수많은 사건들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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