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승인... 청산가치 높지만, 사회적 파장 고려
MBK 2.5조 규모 보통주 무상소각 결정... 매각대금 부담 줄어도 고용 승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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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주연(왼쪽 두 번째)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5.03.14. [email protected] /사진=추상철 |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0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신청을 허가하면서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의 '새주인 찾기'가 본격화됐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1조원 이상 높단 회계법인의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다.
22일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향후 10년간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2조5059억원, 청산가치는 3조6816억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금처럼 영업을 지속하는 것보단 회사를 청산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게 실리적이란 의미다.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주려면 계속기업가치가 높아야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시장 원리만 본다면 '파산' 수순을 밟아야 하나, 법원은 홈플러스에 소속된 2만여 명의 임직원의 고용 불안과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절충안을 선택했다. 법원은 이날 "인가 전 M&A를 통해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하고, 채무자 회사의 채권자·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인수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새로운 인수자가 낸 매각대금을 회생채권 변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이를 위해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면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무상 소각할 계획이다. 현실화하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 만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홈플러스 M&A는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매각 공고 이전에 특정 인수희망자와 조건부 인수 계약을 맺은 뒤,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해서 더 나은 인수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추가로 물색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최종 인수자 선정까지 2~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업계에선 쿠팡, 네이버, GS, 한화, 알리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국내외 업체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인수설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MBK는 임대료 절감 등을 통해 매각대금을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다만 매각대금을 낮추기 위해 과거처럼 사업부 분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업계가 침체한 상황이어서 홈플러스 신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각 대금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면 인수를 타진할 업체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국내 유통사가 대부분 대형 투자를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사 등 비유통사가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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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공원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이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4.14. [email protected] /사진=김혜진 |
유통 업계에선 홈플러스 M&A 성사 여부는 매각대금보단 임직원 고용 승계 보장 문제가 더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대금 규모의 적정성 여부와 별개로 2만여 명에 달하는 기존 임직원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A가 정치 쟁점화된 것도 인수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에게 최대주주에 대한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공식 취임일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홈플러스 폐점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국가적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며 정부의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노조는 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여권에서도 MBK의 책임론을 제기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0일 "MBK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인 회생계획과 책임 있는 투자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홈플러스 청문회를 열어 김병주 회장에게 해결책과 대안을 질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전 M&A가 성사되면, 홈플러스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만, 후속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 기업과 노조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인수 전 M&A가 불발되면 홈플러스 점포는 영업을 종료하고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럴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 새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엄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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