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축소사회, 어디까지 왔나①]
편집자 주
"서울 월세는 2배라도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매출이 최대 4배 이상이다"
"수도권도 폐업이 많고 동일 아이템이 많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종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글쓴이는 "확실히 수도권이 지방보다 좋다"며 높은 매출이 비싼 월세도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집중률 1위 국가'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은 텅 빈 상황에 살 만한 공간마저 줄어들며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0년대 이후 국토균형발전 약속을 수차례 반복해 온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언하고 42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지방을 빠져나간 청년은 71만 명에 달한다. '지방소멸'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축소사회가 되기까지, 그 복잡한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짜' 해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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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단양군 시내 모습. 점심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한산하다. 지속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단양군은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 지역으로 선정됐다. 단양=최보금 기자 |
▶ 글 싣는 순서 |
①지방소멸 위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인구 블랙홀' (계속) |
"서울 월세는 2배라도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매출이 최대 4배 이상이다"
"수도권도 폐업이 많고 동일 아이템이 많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종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글쓴이는 "확실히 수도권이 지방보다 좋다"며 높은 매출이 비싼 월세도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다른 자영업자들은 "수도권 화력(매출)은 좋지만 트렌드 변화가 빠르다", "서울 생활을 하다가 지방에 와서 다시 오픈 했는데 훨씬 좋다", "서울도 박 터지고 치열하다" 등의 반대 의견을 남겼다.
지방소멸 위기 상황 속에서 수도권도 지방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일까.
'서울행' 청년들…"기회 균등의 격차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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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광화문 광장. 연합뉴스 |
한국은행의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21까지 수도권 인구 증가에 대한 청년층 유입의 기여율은 78.5%에 달한다. 반대로 인구가 감소한 동남권, 호남권, 대경권에선 청년 유출의 기여율이 각각 75.3%, 87.8%, 77.2%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호남권은 청년층 유출에 따른 출산 손실이 49.7%, 대경권·동남권도 각각 31.6%·21.9%에 달했다. 이처럼 지방소멸 요인 중 하나인 청년층 유출은 △의료 공백 △교육 기회 부족 △교통 불편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의 격차가 결정적이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가 기회 균등의 격차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일자리 격차로 수도권의 고부가가치 기업들이 집적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그러다 보니 지방에 있는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서 확률적으로 굉장히 낮아졌다"고 전했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을 받을 권리의 격차의 문제도 지적하면서 "지방에 있는 청년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대부분 서울로 간다. 서울권 대학이 순위가 높고 졸업 후 취업이 잘 되기 때문"이라며 "실력만 있다면 서울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적으로 최근 5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지방 사람들의 수도권 순유입 연령대를 살펴보면 15세~34세 인구만 유입되고 있다"며 "매년 약 8만 3천 명 정도가 순유입되고 있으며 나머지 연령대는 오히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15~19세 연령은 고등학교·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했다는 뜻이다.
도시권과 비도시권 격차…"부산, 광주, 대구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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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홍천군의 평일 한낮 모습. 지나가는 사람이 없이 거리가 한산하다. 홍천=최보금 기자 |
20·30대의 순유출과 함께 삶의 질·양질 일자리·복지 인프라 부족도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이동은 경제적 요인으로 취업·임금·기업 규모와 함께 삶의 질·다양성·경험 추구의 관점으로 분석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도시권과 비도시권의 격차가 소멸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제승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인프라 때문에 인구 이동이 생기는 것이다. 가장 기본은 산업 인프라"라며 "사람들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 산업 다음으론 교육 인프라가 중요하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지만 지방에도 인프라가 유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간은 경쟁이 심해지면 생존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며 "실제로 출산율이 높은 지역인 동탄은 주변 기업들이 많아서 젊은층들이 많이 이주해서 살곤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산업·주거 인프라가 갖춰져야 사람들이 모여서 가정을 이루고 저출산까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시권과 비도시권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지방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산, 광주, 대구도 무너진다. 도시의 기능을 광범위하게 하는 것보다 압축도시를 만들어 지방 주요 도시에 인구를 집중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소멸 원인이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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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박종민 기자 |
수도권 인구는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해 2019년 비수도권 인구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전체 국토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약 50%의 인구가 몰려있으며, 2023년 기준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52.5%로 2015년에 처음으로 50%를 상회한 이래 2.5%p나 증가했다.
이같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도시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이로 인해 지방의 기능과 인구가 줄며 지방소멸을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규상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집중은 지방소멸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순환고리와 같다"며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지방인구가 감소하고, 지방인구의 감소로 인해 지역 일자리와 필수기능의 저하가 발생한다. 이것이 다시 수도권 집중과 지방인구의 감소를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한국의 수도권 집중 과정에서 지방소멸이 함께 가속화하게 된 원인을 △지방산업 구조재편의 실패와 △수도권의 지속적인 기반산업 투자에서 찾았다. 그는 "수도권에는 인구 집중으로 인한 혜택들, 즉 일자리·인재·각종 문화 및 오락기능의 집중만 남고 그에 따른 비용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 될 것이다. 2020년 이후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서면서 정치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수도권 집중은 더 강해질 것이고 이는 지방인구 감소를 촉진시켜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일극화 현상이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 일극화는 결과다. 교통 접근성 (향상) 등으로 일극화가 가속화된 것이고, 시간이 장기화될 때 격차는 완화될 것"이라며 "지방은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세 가지만 잡아도 그 지역을 성장하게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의료, 교육, 교통, 일자리 부족은 인구이동의 원인 역할을 한다. 반대로 충족시켰을 때 이동이 발생하는지 따져보면 그 반대가 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단기가 아닌 장기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은 당연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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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최보금 기자 |
'2차 에코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30대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가 소폭 증가하기는 했으나 수도권(도시권)과 비수도권(지방) 간 격차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 20년간의 균형발전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 방향'에 따르면 일자리, 기업, 지역내총생산, 소비, 자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도권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총생산 규모와 소득, 생산성의 지역 간 차이가 인구이동을 발생시키고 다시 지역경제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균형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균형발전지표의 격차와 인구 유출입 간의 관계가 이를 나타낸다.
실제 균형발전지표 상위 57개 지역은 20여 년 전보다 인구가 더욱 증가해 전체 인구의 45%가 상위 기초지자체에 거주하고 있으며, 하위 58개 지역은 크게 감소했다. 상위 지역의 대부분은 수도권, 하위 지역의 대부분은 비수도권 지역이 차지하는 특성을 보였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수도권에서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기며, 교육환경 등 정주환경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은 당연한 결과"라며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더라도 지방에서 출산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 문제가 적은데, 지방 노령화로 출산율이 낮아져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수도권 집중은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이러한) 자연스러운 결과가 지방소멸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영미권 국가보다, 영미권 국가는 유럽대륙국가보다 인구가 도시로 모여드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밝혔다.
결국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 생산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 핵심 분야와 공간에 대한 정책을 우선 추진하되, 자생적이고 차별적인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제도지원, 균형발전 수준에 따른 차등적 지원방안 마련도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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