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부모가 AI를 몰라서 불안하다면

한겨레
원문보기

부모가 AI를 몰라서 불안하다면

서울흐림 / 23.2 °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은진 |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기술도 사회도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는 근본적인 고민은 사실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제일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고, 특히 미래를 생각해서 교육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그러자니 AI 소프트웨어들이 아이에게 좋은지 아닌지 알아야하겠고,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써야 좋은 방향인지 알고 싶고, 아이를 잘 이끌어가려면 부모가 더 잘 알아야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서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해질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부모세대가 아이였을 때도 부모들은 인터넷의 보급과 검색엔진, 동영상 사이트의 발전을 보며 불안해했다. “정말 학원을 보내지 않고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될까?” “검색엔진에서 찾은 걸 베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교육 관련 동영상 보라고 사준 컴퓨터로 성인물을 찾아 보면 어쩌지?” 그러다보니 “인터넷 강의 들은 거 엄마 아빠한테 설명해봐라” “숙제한 거 엄마한테 보여줘 봐” 하고 학습 내용을 알려고 들지만, 현실적으로 학습 내용을 다 따라잡기는 어렵다.



AI를 학습 과정에 잘 쓰기 위해서 모든 학습 내용을 파악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학습의 목표를 이해할 필요는 있다. 목표를 알고 있다면 그 목표에 도움이 되는 사용법과 방해가 되는 사용법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특정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은 ‘특정 수준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한 내용을 조리 있는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를 위한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모르는 단어를 AI에게 물어보는 것은 학습 목표를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AI에게 그 책을 요약해 달라고 해서 그 요약본만 읽는다면 그건 ‘특정 수준의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라는 학습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AI에게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들을 넣어주고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면 ‘이해한 내용을 조리 있는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독후감을 쓴 다음 AI에게 피드백을 달라고 하는 건 더 좋은 독후감을 쓰는 방편이 된다.



물론 모든 부모가 숙제를 하나하나 보고 학습 목표를 이렇게 자세하게 유추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AI가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이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았어. 이 숙제를 통해서 배워야하는 게 뭘까?”하고 물어보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심지어 어느 부분에 AI를 써도 되고 어느 부분에 쓰면 안 되는지도 알려준다.



AI를 이용한 소프트웨어가 있건 없건,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건 EBS 강의를 보건, 학습의 목표는 사실 바뀌지 않는다. “우리 애가 집에서 글짓기 숙제하는 걸 챗GPT한테 시키던데 그래도 될까요?”라는 질문은 예전에 “우리 애가 집에서 산수 숙제하는 걸 계산기로 하던데 그래도 될까요?”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다. 새로운 기술에 아이가 더 빨리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학습의 목표를 이해하는 메타인지는 이미 성숙한 뇌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더 잘 한다. 불안하다고 생각될 때는 학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AI라는 유용한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OSZ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