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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25일 공개한 넷플릭스와의 일문일답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임팩트 있는 음악과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들이 녹아 있는 디테일, 그리고 K-팝 퇴마 액션이라는 장르로 호평을 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는 지난 24일 기준 전 세계 41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음은 매기 강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와 화제에 대한 소감은.
A: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걱정이 있었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특히 한국에서 한국 분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긴장이 좀 풀렸고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Q. 주위에서 작품의 인기에 대한 반응을 실제로 들었는 지.
A: 한국에서는 사촌들과 식구분들이 유튜브나 기사를 많이 보내 주셔서 한국에서도 반응이 괜찮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를 다닐 때 알던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분들도 메시지와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오곤 한다. 그리고 한국 제작진들도 본인의 식구들로부터 많은 DM이 온다고 말씀해주셨다.
Q.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자랐고 어떤 영화나 드라마, 책, 음악을 즐기는지.
A: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5살 때 아버지가 회사 일로 토론토에 가게 되셨다. 그래서 처음에는 1~2년만 캐나다에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5년이 지난 후 부모님께서 캐나다로 이민을 하자고 결정을 내리셨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은 모두 한국에서 보내며 사촌들과 놀고 한국 텔레비전과 음악을 듣고 자라서 K-팝 컬쳐를 많이 경험했다.
어릴 때 저희 아버지는 영화 감상이 취미이셨다. 그래서 구로사와나 펠리니, 키에슬로프스키와 왕가위, 채플린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나 영화 제작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단편 영화를 굉장히 많이 써보면서 캐릭터 디자인이나 그림을 많이 그렸다.
이 모습을 보신 부모님이 제가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고 이쪽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제가 자란 토론토 근처에 쉐리던 컬리지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학교가 있는데 이 곳에서 2D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이후 드림웍스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10년 정도 일을 했고 그 후 블루스카이, 워너 애니메이션, 일루미네이션에서도 근무했다. 워너에서 슈퍼바이저로 일을 하다가 스스로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오리지널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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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팝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와 아이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과정은.
A: 처음부터 K-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저는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러던 중 제가 감독을 맡게 될 기회가 생겨서 스토리를 구상하다가 이상하게도 악귀 디자인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아이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저승사자, 도깨비, 물귀신과 같은 이미지들은 해외에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미지이지 않나. 그리고 요즘 많이 나오는 슈퍼히어로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섹시하고 터프하고 멋있는 여자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요즘 많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더 리얼한 여자 캐릭터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웃기면서 약간은 바보 같고 이상한 표정도 지으면서 먹는 것도 좋아하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저 같은 캐릭터를 보고 싶어서 캐릭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데몬 헌터'는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 때 K-팝이 떠올랐습니다. K-팝이 들어가고 나니 뮤지컬이 됐고 콘서트 배경 같은 스펙터클도 영화에 있어서 더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Q. 작품 속 뮤지컬적인 요소에 한국 무속인들의 굿도 영향이 있었는지.
A: 굿이라는 건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보니, 이 영화의 콘셉트와 딱 맞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 문화에 이미 있는 것인데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좀 더 연결이 잘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당과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만들게 됐다.
Q.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나.
A: 제 생각에 한국인들은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열정이나 감정을 다해서 하고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요즘 K-팝이나 K-뷰티처럼, 뭐든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은 열광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정말 훌륭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Q.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도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저는 문화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북미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 다 발을 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그 두 세계를 화합해야 했다. 지금도 영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저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로 한국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독특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 제작이 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와도 같다. 그리고 한국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발전해 왔는지,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Q. K-팝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시킨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과정은.
A: 이 영화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그렇게 하기 위한 한 가지 방식은 모든 장면과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헌트릭스' 멤버들의 모든 옷과 장면마다 한국적인 요소가 다 반영돼 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저 혼자 다 할 수는 없었고 이 영화의 모든 분야·영역에 많은 한국 분들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 모두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셨다. 오랫동안 이런 작품을 기다려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미술, 애니메이션 같은 모든 요소에 있어서 한국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에 흔쾌히 함께해주셨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영어로 대사를 말하지만 마치 한국어를 할 때의 입 모양처럼 애니메이터 분들이 작업해 주셨다. 이런 것들도 모두 한국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캐릭터의 리액션 같은 것도 모두 한국 스타일로 생각하며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다. 혼자 다 할 순 없었다. 과자 포장에 한국어가 거꾸로 돼 있으면 제작진 분이 '이 장면에 글자가 거꾸로 됐다'고 말해주셔서 제가 고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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