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7차 대러 제재안 6개월 연장만 합의… 공동성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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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
EU(유럽연합)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였지만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대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EU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관련 공동성명 도출에도 실패했다.
26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후 기존 17차 대러 제재를 2026년 1월까지 6개월 연장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17차 제재안에는 2000억유로(약 317조2340억원) 이상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동결 조치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러시아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와 거래 금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 인하 △러시아 금융 부문 추가 제재 등이 담긴 새로운 18차 제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해 신규 제재안 채택이 불발된 탓이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기 위해 6개월마다 표결을 진행하는데, 기존 제재 유지를 위해선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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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EU(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FPBBNews=뉴스1 |
외신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새로운 제재 채택에 반대했다. 헝가리는 지난 1월 대러 제재안 연장과 관련해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마지막 순간 이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EU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왔다. 이번 회의에선 기존 제재안 연장에는 동의했지만, 신규 제재안 채택에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EU 공동성명 채택도 거부했다. 이 때문에 EU 정상들은 공동성명이 아닌 26개 회원국이 지지하는 결의문으로 발표했다.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EU의 계획에 대한 자국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새로운 제재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날 회의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 이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EU의 양보를 얻지 못했다며 신규 대러 제재안 채택에 제동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의문에는 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EU 정상들은 "EU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경로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했다. 이는 하루 전 발표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희망을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대조된다. NATO의 결정에는 미국의 반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난항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 진전을 위해선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데, 헝가리가 강력히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찬반 투표 관련 '반대'라고 표시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바 있다.
정혜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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