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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들어온 송언석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물러났다.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개혁 점수’를 묻자 “빵점”이라고 답했다. 영남·강남·극우에 뿌리박은 친윤석열계 기득권 세력이 당의 환골탈태를 가로막는 한 국민의힘은 미래가 없다는 토로다.
당내 최연소(35) 의원인 김 위원장은 5월12일 대선 후보 교체 파동으로 사퇴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후임으로 지명됐다. 대선 참패 뒤 다른 비대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가운데서도 물러나지 않은 채 당 쇄신을 주장했다. 6월8일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친윤계 주류에서 시한부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실행이 무산됐다. 비대위원장 권한으로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당무감사권을 발동했으나, 당무감사위는 중간 브리핑 때까지 후보 교체 당일 비대위 회의록조차 제출받지 못했다.
오히려 친윤계는 의원총회 등에서 김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거세게 압박했다. 김 위원장이 개혁안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 또한 거부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친윤 기득권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하고 “결국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 50일도 안 되는 기간 번번이 친윤 기득권 세력의 거대한 벽에 부닥쳐 좌절했던 경험의 반영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송언석 원내대표가 후임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 8월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경북 지역구 3선 의원으로 ‘윤석열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윤계의 몰표를 받아 당선된 뒤 김 위원장 혁신안을 고사시킨 장본인이다. 비대위 산하에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조차 극렬 지지층 눈치를 보며 무산시켜 놓고서 얼마나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고 실행할 수 있겠나. 총선·대선에 연거푸 참패하고도 기득권에 안주하는 한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기란 무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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